'방과후 설렘' 시청 단상..'어린 열정'들이 보여준 '문화강국' 가능성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2. 1. 14. 07: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OSEN=김재동 객원기자]  개인적으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는다. 현실살이에서 충분히 경쟁에 시달려온 뒤끝에 브라운관에서마저 누군가의 경쟁을 지켜보는 일은 지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방송국이 서바이벌 프로에 전파를 할애하는 이유는 시청자의 소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결 구도가 불러오는 긴장감, 결과에 대한 호기심, 좋아하는 참가자에 대한 응원 등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메리트를 선호하는 시청자층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MBC가 일요일 밤 9시에 방영하는 ‘방과후 설렘’을 본 것은 우연이었다. 채널을 돌리다 무대에 선 아이 하나가 건조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언니 갑자기 떨려요!” ‘뭐지?’싶은 마음에 눈길이 머물렀다. 아이는 18세 이지우라고 했고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라고 격려해준 이는 두 살 언니 윤채원(20)이라 했다. 윤채원의 격려에도 이지우의 눈은 긴장으로 허공을 맴돌았다.

노래는 이지우로부터 시작됐다. “빛을 쏟는 SKY~” 노래는 태연의 ‘I’였다. 긴장을 했는지 이지우는 음이탈을 했고, 하지만 정신을 다잡아 마지막까지 노래를 마쳤다. 설핏 든 안타까운 마음이 채널을 돌리려는 손길을 막았다.

이날의 미션은 보컬포지션 학년연합 배틀였다. 뒤이어 이지우보다 어린 아이들이 나왔다. 열여섯살 원지민은 “이기고 싶어요”라고 말했고 한 살 언니 이영채 역시 “3·4학년 언니들에게 뒤지지 않겠다”고 별렀다. “파이팅!” 응원하는 그 나이 때 소녀들의 목소리에 미소가 지어졌고 누군지 “푸르르” 입을 털며 긴장을 푸는 소리에 피식 웃음이 새나왔다.

아이들이 부른 노래는 마마무의 ‘데칼코마니’였다. 아이들은 삽시간에 아티스트가 되어 너무나 완벽한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승부는 당연히 1·2학년 연합의 600점 이상 완벽한 승리로 돌아갔다. 1·2학년 담임선생인 아이키와 권유리는 정말 기쁜 환한 웃음으로 아이들을 맞아들였다.

그때 카메라는 이지우에게 자주 머물렀다.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참아내지만, 위로의 의미로 3학년 담임 옥주현이 특히 오래 안아주었지만, 결국 자책의 눈물이 눈동자에 맺히고 말았다.

참 그게 뭐라고.. 대부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연출되는 장면인데 이상하게 마음에 남아 ‘방과후 설렘’을 이리저리 찾아봤다. 동영상을 보기 시작하며 중독되는 느낌이 들었다. 어린 나이에 벌써 치열한 경쟁의 장에 뛰어든 아이들은 순간순간 안타까웠고 꿈을 향해 애쓰는 모습은 감동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이들이 그 힘든 과정들을 즐기는 모습은 위안을 주었다.

진행이 매끄럽진 않았던 모양이다. 추가 합격, 탈락자 선정에 원칙이 없다는 지적도 보였다. 패자를 너무 무신경하게 처우한다는 지적도 보였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진정성은 눈부셨다.

물론 화면 밖에선 시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떨어져야 본인이 올라가니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함께 하는 동안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은 건강하다. 같은 꿈을 꾸는 아이들 틈에서 함께 꿈을 키워가는 기회라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가. 참가자 모두에게 굉장히 중요하고 행복한 추억의 페이지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오디션에서 떨어진단들 이 소중하고 알찬 경험은 또 다른 도전에 반석같은 디딤돌이 될 것이다.

오늘날 바야흐로 한류가 세계를 호령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런 순수하고 젊은 열정들이 있었기 때문임을 새삼 느낀다. 담임선생들은 이미 그들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 아티스트가 된 선배다. 자신들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삼아 아이들에게 가장 바른 길을 제시해주려 노력한다.

어리지만 단단하게 꿈을 거머쥔 아이들은 또다른 아티스트로 성장해 한류의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다. 김구 선생이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설파했던 그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기치를 그들 힘으로 지구촌에 드리울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zaitung@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