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화 추락에 "코인이 낫네"..터키, 가상자산 사재기 [장가희 기자의 뉴스픽]

장가희 기자 2022. 1. 14.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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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콕 짚어 전하는 뉴스, 뉴스픽입니다. 터키에서 가상자산 거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물가는 치솟는데, 정부가 금리 인하 정책을 펼쳐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자 자국 통화에 대한 불신이 커진 터키인들이 위험 회피 수단으로 코인을 사재기하고 있는 건데요. 이 소식, 장가희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최근 터키에서 가상자산 거래가 크게 늘었다고요?
그렇습니다.

한 블록체인 분석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마지막 1주일 동안 리라화로 가상자산을 거래한 액수는 124억 달러, 우리 돈 14조 7천3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020년 6월 초 1주일간 거래액과 비교하면 1년 6개월 만에 무려 73배가 불어난 겁니다.

터키 국민들이 가상자산 매매를 하기 시작했다면, 특히 선호하는 코인이 있는 건가요?
터키인들은 달러화에 가치를 고정해 변동성을 낮춘 스테이블코인을 집중적으로 구매했습니다.

한 조사 결과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리라화가 달러와 유로를 제치고 스테이블코인 테더와 가장 많이 거래된 통화로 알려졌습니다.

터키 정부는 지난해 자국에서 가상자산을 결제 수단으로 쓰지 못하도록 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일 거래량은 2조 원에 달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코인을 위험자산으로 여기는데, 터키에서는 리라화가 더 위험하다고 보는 것 같아요. 왜 그런 거죠?
바로 에르도안 대통령 때문입니다.

물가가 오르면 그만큼 돈의 가치는 떨어지는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잡는 수단으로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매번 꺼내 들고 있습니다.

미국 연준을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들이 치솟는 물가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고려하는 것과는 정반대 행보인 거죠.

에르도안 대통령은 저금리를 유지해야 수출이 늘고, 경기가 좋아지고, 2023년 대선에서 자신이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 고금리 정책은 해외 투기 자본의 배만 불린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현재 터키 리라화 가치가 얼마나 떨어진 건가요?
물가상승률 그래프 먼저 보실까요.

터키의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은 36%로 1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인 1위인데요.

그럼에도 같은 달 중앙은행은 4개월 연속 금리를 낮췄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 중앙은행 수장들을 줄줄이 해임했는데, 그 결과 지난해 9월 연 19%였던 기준금리는 연 14%로 낮아졌습니다.

환율도 살펴볼까요.

지난해 연초 1달러당 7리라 수준이었다가 최근 13리라를 넘어서며 가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현실에 맞지 않는 부당한 숫자라고 주장하며 반드시 물가 상승세를 진정시키겠다고 했는데, 골드만삭스는 이번 달 터키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렇게 되니까, 터키인들이 자국 통화에 대해 불신을 갖고 코인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자국 은행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터키 시중은행 예금 중에서 달러화와 유로화 등 외환이 차지하는 비율이 65%가 넘는데요.

외화가 부족한 정부가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국민들이 예치한 달러를 사용하면서 터키인들 사이에선 자신들의 달러 예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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