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따른 술에 구토한 내가 외로움" [신간시집에서 건져낸 문장들]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2. 1. 14. 06:47 수정 2022. 1. 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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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 새해 둘째주 책꽂이에는 현대시세계시인선으로 나온 유기홍 시인의 '모든 관계에서 오는 시간의 암호'를 비롯해 심재휘의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정선호의 '바람을 낳은 철새들' 강덕환의 '섬에선 바람도 벗이다' 등이 꽂혔다.

◇모든 관계에서 오는 시간의 암호 유기흥 시집 현대시세계 시인선 134 / 유기흥 지음 / 북인 / 1만원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심재휘 시집 창비시선 468 / 심재휘 지음 / 창비 / 9000원 ◇바람을 낳는 철새들 삶창시선 65 / 정선호 지음 / 삶 /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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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홍의 '모든 관계에서 오는 시간의 암호' 강덕환의 '섬에선 바람도 벗이다'
심재휘의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정선호의 '바람을 낳은 철새들'
유기홍의 '모든 관계에서 오는 시간의 암호' 심재휘의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강덕환의 '섬에선 바람도 벗이다' 정선호의 '바람을 낳은 철새들' © 뉴스1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임인년 새해 둘째주 책꽂이에는 현대시세계시인선으로 나온 유기홍 시인의 '모든 관계에서 오는 시간의 암호'를 비롯해 심재휘의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정선호의 '바람을 낳은 철새들' 강덕환의 '섬에선 바람도 벗이다' 등이 꽂혔다.

유기흥 교수는 세번째 시집 '모든 관계에서 오는 시간의 암호'에서 직관을 바탕으로 한 압축적 언어를 보여준다.

시 '일이 고이기 시작'은 "숫자가 많으면 복잡하고 괴롭다"라는 고백을 시작한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시인은 "구구단을 외우던 시절/ 2단에서 5단까지가 좋았는데/ 선생님은 단 한번도/ 2단에서 5단은 외우게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외로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시인은 "수많은 자위의 날"이자 "혼자 따른 술에/ 구토한/ 내가/ 외로움이다"이라 답한다.

심재휘 시인이 2019년 김종철문학상 수상작 '용서를 배울 만한 시간' 이후 4년만에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를 창비시선 468권으로 펴냈다.

시집은 서울, 런던, 강릉을 각각 배경으로 3부로 짜였으며 쓸쓸한 일상과 그리운 고향의 바다를 차분히 그려내 조용히 요래 스며드는 울림을 전한다.

"쇠물닭 한마리가 물가에서 몸을 씻는다/ 빨간 부리로 물을 연신 몸에 끼얹지만/ 날개깃에 묻는 시늉만 하고 흘러내리는 물/…흉한 발은 물에 감추고/ 참 열심인 저것/ 이내 천천히 헤엄쳐서 간다/ 돌아서 있는 쇠물닭 한마리에게로/ 깊이를 알 수 없는 물 한가운데로" (사랑 중)

"신호등 앞에 버스가 선 시간은 짧고 꽃이 지는 마당은 넓고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그다음 가사가 생각나지 않아서 휘날리지도 못하고 목련이 진다…"(높은 봄 버스 중)

"남대천 모래톱 그 따뜻한 돌집으로 돌아가 함께 살 수는 없을 거예요…서울은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돌집은 사라졌어도 우리 손잡고 바다를 볼 수는 있잖아요" (쓸쓸함과의 우정 중)

정선호 시인은 삶창시선 65권으로 펴낸 시집 '바람을 낳은 철새'에서 복잡한 비유나 이미지 대신 편안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겨울 철새들 모두 떠나 적막한 저수지에/ 아낙들이 쑥을 뜯으며 나누는 도란거림이/ 물살처럼 저수지로 퍼져가네요" (쑥을 뜯는 여인들 중)

"독도법에 능숙한 철새들이/ 시베리아의 찬 바람을 안고/ 소속부대로 복귀하듯 저수지로 왔다"(바람을 낳은 철새들 중)

제주에서 나고 자란 강덕환 시인은 삶창시선 66권으로 펴낸 '섬에선 바람도 벗이다'에서 낱낱의 사물을 통해 제주 특유의 서정을 잘 표현했다.

"꾸불꾸불 이어진/ 돌담, 너를 보면/ 참 모나지 않아서 좋다…바람에 맞서 어찌/ 맺힌 한 없었겠느냐만/ 그럴 때마다 길을 내어/ 이기지 않고 다스리려 했거니(중략)" (돌담을 보며 중)

"짓밟혀 억눌린 서러움쯤/ 힘줄 돋운 발버둥으로 일어서리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후미진 구석/ 모로 누워 새우잠 지새우는/ 목 타는 들녘의 얼룩진 밤에도/ 가녀린 목줄에 핏대 세우며/ 흔들림도 꼿꼿이 서서 하리라" (봄풀의 노래 중)

◇모든 관계에서 오는 시간의 암호 유기흥 시집 현대시세계 시인선 134 / 유기흥 지음 / 북인 / 1만원◇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심재휘 시집 창비시선 468 / 심재휘 지음 / 창비 / 9000원◇바람을 낳는 철새들 삶창시선 65 / 정선호 지음 / 삶 / 1만원.◇섬에선 바람도 벗이다 삶창시선 66 / 강덕환 지음/ 삶창 / 1만원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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