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도시풍경에 생명을 불어넣다' 건축가 정영한 (下)
[효효 아키텍트-114] 건축가 정영한의 첫 번째 실험주택은 경기 양주시 장흥면 삼상리의 2층짜리 주택으로 연면적 93.23㎡인 '9×9'(2012)이다. 1층은 각각의 영역이 정의된 전형적인 주거 양식을 적용했다.
퍼니처 코리도(furniture corridor)로 명명한 이 설비는 최소 기능의 수납, 가구, 위생, 설비, 전기, 환기 및 냉난방 등을 최소 공간에 모으고 나머지 공간을 거주자가 정의할 수 있도록 만든 집이다. 최초 설계는 단층이었으나 두 세대 2층으로 바뀌었다.
정영한의 내외부 경계 흐리기 건축 어휘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일본의 사나(SANAA·Sejima And Nishizawa And Associates) 건축사무소의 지향점과 그 맥을 같이 하는 듯 보인다.
세지마(Sejima Kazuyo·1956~)는 건물과 주변 환경의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을 한다. 유리를 많이 사용하며 내부와 외부 흐름을 부드럽게 생성해 내는 특징을 보인다. 니시자와(Nishizawa Ryue·1966~)는 환경과 지역 사회를 연결하는 관계성을 강조하는 열린 건축을 지향한다.
SANAA가 추구하는 투명함은 물리적 의미에서 빛의 투과에 따른 시각적 의미뿐 아니라 주변과 연계되고 소통하는 사회적 관계를 표현한다.
정영한은 SANAA의 경계 흐리기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오픈 플랜(수평면·plane)에서 원형을 가져왔다고 본다.
미시언(miesian) 건축의 순례지가 된 미국 시카고 인근 일리노이주의 판스워스 하우스(farnsworth house·1951)는 미스가 유럽을 떠나기 전 체코의 브르노에 설계한 투겐트하트(tugendhat) 하우스보다 더 추상화된 단독 주택이다. 스틸 프레임의 완전 글라스박스이다. 평면도는 개념적으로 지면에서 띄운 2개의 바닥 데크와 지붕 데크, 즉 3개의 수평면(plane)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영한이 제안한 '사용자에 의해 능동적으로 정의하는 공간'은 평면 중심의 미시언 건축의 오픈 플랜과는 방향을 달리한다. 좁은 대지에 지은 집은 공간을 최적화하기 위해 볼륨 중심으로 설계할 수밖에 없다. 화가이자 조각가인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1932~ ) 작품은 대상들이 '형태와 볼륨'이 특징적이다. 한결같이 유명 작가들의 아이콘과 같은 인체를 살짝 비틀어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냈다.
정영한은 전시기획자이기도 하다. 2013년부터 시작해 매년 두 차례씩 개최한 '최소의 집' 전시는 9회를 치렀고, 마지막 10회를 남겨두고 있으나 코로나 장기화로 결말을 보지 못하고 있다. 회마다 3명(팀)의 건축가가 참여했다. 그가 말하는 '최소의 집'은 작거나 싼 집이 아니라, 각자의 삶에 맞는 적정공간을 말한다.
[프리랜서 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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