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26兆 약속한 통신3사, 해마다 투자 줄여.. 올해 10兆 써야
통신사 투자액 해마다 두 자릿수 감소
통신 품질도 뒷걸음질..LTE는 3년 전 수준 회귀
투자 독려해야 할 정부, 통신사 꼼수도 받아들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약 3년 전인 2020년 5세대 이동통신(5G)에 최대 26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설비투자 금액은 해마다 뒷걸음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차세대 통신 서비스는 초기 이후에는 설비투자가 줄어드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통신사를 믿고 5G를 이용 중인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7월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포함), KT, LG유플러스는 오는 2022년까지 5G 이동통신 관련 유·무선 인프라에 최대 25조7000억원을 투자해 전국망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통신사들의 당시 대규모 투자 계획은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인 ‘디지털 뉴딜’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전국 85개시 행정동과 주요 읍면 중심부, 다중이용시설, 공공인프라 등 5G 전국망 구축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대규모 투자 발표 후 설비투자 금액을 줄여왔다. 2020년 통신 3사의 설비투자는 전년보다 15.13% 감소한 7조4600억원에 그쳤다. 통신 3사 모두 전년과 비교해 설비투자 규모를 전년보다 두 자릿수로 줄인데 따른 것이다. 통신사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전국적 이동 제한 등에 따른 건물주의 외부 인원 출입 제한·통제 조치 등과 같은 이유를 들어 설비투자가 줄었다고 해명했다.
설비투자 금액은 지난해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통신사들의 설비투자가 최대 20% 이상 감소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신사들로부터 전년 수준의 투자를 지속해서 당부해왔다”라며 “4분기 적극적으로 투자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통신사의 지난해 구체적인 설비투자 금액은 오는 2월 중으로 예정된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이어질 컨퍼런스콜 등을 통해 밝혀질 것으로 관측된다.
설비투자가 줄면서 통신 품질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1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에 따르면 5G 서비스 범위(커버리지)는 전년과 비교해 3.5배 넓어졌지만, 다운로드 속도는 3사 평균이 801Mbps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을 제외한 KT, LG유플러스의 속도가 뒷걸음질한 여파다. 이는 5G 저주파 대역(3.5㎓)에서 최고 속도가 1900Mbps라고 했던 설명과 괴리가 있다. LTE 다운로드 속도는 150.30Mbps로, 전년보다 오히려 느려졌다. 이는 2018년(150.68Mbps)과 비슷한 수준으로 서비스 품질이 3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통신사들이 2020년 투자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올해만 약 10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쏟아야 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실제 이행할지는 미지수다.
통신사 투자를 독려해야 할 정부가 업계의 ‘꼼수’를 받아들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과기정통부는 통신 3사의 건의를 받아들여 지하철 와이파이 공동구축분을 각 사당 목표치로 인정하기로 했다. 예컨대 A사가 지하철 내 와이파이 기지국 1개를 설치하면 나머지 B, C업체도 각각 1개씩 기지국을 구축한 것으로 쳐주겠다는 의미다.
과기정통부 내에서도 통신업계의 투자 행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과거 LTE 때도 초기에는 설비투자 금액이 많았다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왔다”라며 “유독 5G만 그런 게 아니라 통신사 투자 추세가 그렇다”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신사에 투자 독려를 지속해서 주문하고 있지만, 호응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통신업계에서는 지난 2019년 4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발맞춰 이미 역대급 설비투자에 나섰던 만큼 여력이 부족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9년 상반기 기준 설비투자 금액은 3조5000억원 수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연간 규모로는 8조79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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