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해진 공공 노조..노동이사제는 '양날의 칼'

이정현 기자 입력 2022. 1.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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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노조조직률 69.3%..'노동이사'까지 확보
"노동이사는 교섭하는 자리 아냐" 역할 엄격히 구분돼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2022.1.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올해 7월부터 전국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가 도입·적용된다. 공공기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노동이사 참여를 의무화함으로써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감시하고, 노동자들의 의사를 경영에 직접 반영할 길이 열렸다는데 노동계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민간으로의 확대를 우려하는 재계의 경우 노조의 권한만 더 막강해져 경영의 비효율을 초래, 이는 곧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 이사회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노동이사제는 운용하기에 따라 독(毒)일 수도, 득(得)일 수도 있어 '양날의 칼'이라는 지적이다.

◇공공기관만 우선 적용 '노동이사제'...날개 단 공공부문 노조

'노동이사제'는 일단 공공부문에만 도입·운영된다. 민간부문까지의 확대는 재계 등 반발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법 시행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이후로, 오는 7월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적용범위는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국내 350여개 공공기관 중 한국전력 등 공기업 36곳과 95개 공공기관이 우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관가 안팎에서 나온다.

당장 노조조직률이 70%에 달하는 공공부문 노조는 이번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결정으로 그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공부문 노동조합 조직률은 69.3%다. 공무원부문(88.5%)보다는 낮지만 민간부문 조직률(11.3%)은 크게 앞선다.

민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조 구성이 자유로운 신분적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만만치 않은 조직력을 과시하는 공공기관 노조의 경우 이번 노동이사제 도입까지 이루어지면서 영향력이 더 막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동이사 의무화 닥친 공공기관 '우려'...노동이사제 '양날의 칼'

당장 제도 도입이 현실화 한 공공기관 곳곳에서 우려가 터져 나온다. 가뜩이나 노조 활동이 막강한 상황에서 노동이사제까지 도입되면 노조의 영향력이 걷잡을 수없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제도의 본 취지와는 달리 노동이사제가 노조 투쟁의 연장선으로 확장하지 않을까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 공기업 임원은"“경영진의 신속한 판단을 요구하는 사업들이 노조 측의 반대로 자칫 발목을 잡힐 수 있는 일들도 있을 것"이라며 "이미 노조 힘이 막강한 공공기관에서는 사실상 노조에 좌지우지되는 상황들이 연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 역시 같은 이유로 민간으로의 확대를 반대한다. 노동이사의 역할이 단체교섭의 연장선이 될 것을 우려한다. 이사회의 투쟁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에 조금이라도 불리하면 이익추구 경영활동에 제동이 걸리고, 잦은 의견 조율로 신속한 의사결정도 어려워질 것으로 걱정한다.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공공기관 역시 효율적인 운영이 저해되고 공공기관 이사회의 정치적 중립성도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논리에 대해 한국노총은 "개인의 이익이나 노동조건에 종속된 투쟁이 아니라, 공공기관을 병들게 했던 잘못된 경영결정과 지배구조를 바로 잡음으로써 결국 더욱 질 좋은 공공서비스를 더 많은 국민에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제도 시행은 돌이킬 수 없어...이제는 성공적인 안착 노력해야"

숱한 찬반 논란에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노동이사제는 첫 발을 떼게 됐다.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법 취지에 맞는 노동이사제가 현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재계에서는 사실 민간부문으로의 확대를 가장 우려하면서 '시기상조론'을 들고 있다"면서 "법 통과 전이라면 그럴 수야 있겠지만, 이제는 올바른 시스템을 준비해서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군다나 전체 300여개 국내 공공기관 중 ⅓ 수준인 130여개 기관에 적용되는 것"이라면서 "개인적으로는 민간까지 확대되려면 적어도 5~10년은 더 걸릴 것으로 생각하는데, 재계에서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재계의 주장처럼)노동이사는 노조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 교섭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이런 주장들은 노동이사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를 향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이사는 회사 구성원의 니즈(요구)를 반영하고 기관의 건강한 성장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지, 교섭은 노동이사의 역할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노동이사와 노조원으로서의 역할 범위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일부 노동이사 선임에 뛰어든 후보들이 '어린이집을 만들겠다'라든지 '주차공간을 넓히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하는데 이런 부분은 옳지 못한 선례"라고 꼬집기도 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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