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퇴장 선택한 '빅게임 피처' 존 레스터[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빅게임 피처가 마운드를 떠났다. 존 레스터가 16년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치고 은퇴했다.
레스터는 1월 13일(한국시간)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레스터는 "코스를 달리는 것과 같다. 체력적으로 점점 힘들어진다"며 "남에게 '더는 못한다'는 말을 듣고싶지 않았다. 내 힘으로 유니폼을 벗고 '고맙다. 즐거웠다'고 말할 수 있을 때 떠나고 싶었다"고 밝혔다.
1984년생 레스터는 최근 38세가 됐다. 시카고 컵스, 워싱턴 내셔널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보낸 최근 2시즌 동안 40경기 202.1이닝을 투구했고 10승 9패, 평균자책점 4.85를 기록했다. 여전히 로테이션을 지키며 최소한의 활약은 해줄 수 있는 기량이 남아있다. 하지만 레스터는 힘이 남아있을 때 자신의 두 발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레스터는 2002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에 지명됐다. 2006년 빅리그에 데뷔했고 2014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보스턴에서 9시즌을 보냈다. 2015시즌을 앞두고 컵스와 FA 계약을 맺어 2020시즌까지 컵스에서 뛰었고 2021시즌에는 워싱턴과 세인트루이스에서 공을 던졌다.
빅리그 16시즌 통산 452경기에 등판해 2,740이닝을 투구했다. 단 한 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선발투수로 등판했고 통산 200승 117패,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했다. 통산 8차례 200이닝 이상을 투구했고 통산 8차례 시즌 15승 이상을 거뒀다. 2016년 컵스에서 32경기 202.2이닝, 19승 5패, 평균자책점 2.44를 기록한 것이 커리어하이. 해당 시즌에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다. 통산 5차례 올스타에 선정됐고 사이영상 투표에서 득표한 것은 2016년 포함 4차례였다.
레스터는 통산 두 차례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통산 200승의 뛰어난 커리어를 쌓았지만 사이영상에 아주 근접한 것은 2016년 한 시즌 뿐이었다. 보스턴에서 에이스로 활약했고 컵스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지만 리그를 지배하는 최고의 투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레스터는 특별한 투수였다. 정규시즌에도 믿음직한 투수였지만 포스트시즌이 되면 훨씬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큰 경기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였던 레스터는 메이저리그가 인정한 '빅게임 피처'였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이던 2007년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하며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고 2008년에도 가을 무대에서 4경기 평균자책점 2.36으로 활약했다. 2013년에는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34.2이닝 4승 1패, 평균자책점 1.56의 맹투를 펼치며 두 번째 우승 반지를 꼈고 2016년에는 6경기 35.2이닝, 3승 1패, 평균자책점 2.02를 기록하며 컵스를 108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레스터는 '염소의 저주'를 깬 에이스였다.
레스터는 포스트시즌 통산 26경기(22GS)에서 154이닝을 투구했고 9승 7패, 평균자책점 2.51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2.51은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10경기 이상 등판한 투수 중 8위의 기록이다. 두 팀에서 세 차례 월드시리즈 반지를 낀 레스터는 보스턴과 컵스 팬들의 가슴에 누구보다 강렬한 에이스로 남았다.
레스터가 쿠퍼스타운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마이크 무시나는 쿠퍼스타운에 입성했지만 마크 벌리는 아직 명예의 전당에 근접하지 못했다. 하지만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지 못한다고 해도 레스터가 시대에 한 획을 그은 선수라는 점은 분명하다.
가장 부담스러운 무대를 믿고 맡길 수 있었던 최고의 '빅게임 피처'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힘이 남아있을 때 멋지게 퇴장하는 것을 선택했다. 버스터 포지에 이어 레스터까지 떠나보낸 메이저리그는 또 한 명의 전설과 이별했다.(자료사진=존 레스터)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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