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 '3대 주주' 남궁훈은 이해충돌 방지서 자유로울까요

천호성 2022. 1. 14.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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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류영준 먹튀' 해명과 달리
본사 주요 임원인 남궁 센터장엔
'자회사 지분 보유' 다른 잣대 적용
카겜 출신으로 새 임원 채우는 등
'챙긴다' 뒷말 커지며 우려 잇따라
김범수 측근들 '영전 관행' 지적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카카오 제공

류영준 전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의 카카오페이 ‘주식 먹튀(먹고 튀기)’ 논란을 계기로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보유한 카카오게임즈 주식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류 전 내정자의 주식 대량 매도를 두고 논란이 일자, 카카오는 ‘본사 임원으로서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매각’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남궁 센터장은 본사 임원을 맡은 지 2개월이 넘도록 1800억원어치에 가까운 전 소속 계열사 카카오게임즈 주식을 갖고 있다. 그룹 사업전략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책임지는 조직을 맡는 그가 특정 계열사의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은 사업 전략을 내놓을 수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창업 ‘공신’들을 요직에 돌려 앉히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의 ‘동아리식 경영’에 대한 지적도 이어진다.

지난달 3일 카카오게임즈가 공시한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를 보면, 남궁 센터장은 이 회사 주식의 3.34%(약 261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43.08%)·중국 기업 텐센트의 자회사 에이스빌(4.11%)에 이어 3대 주주다. 그는 카카오게임즈 전신인 ‘엔진’ 대표이사를 맡은 2015년부터 이 회사 지분을 갖고 있었다. 13일 기준 지분 가치는 약 1800억원에 이른다.

남궁 센터장은 지난해 12월 카카오 본사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카카오게임즈 각자대표 직을 내려놓았다. 미래이니셔티브센터는 카카오의 차기 사업을 연구·발굴하는 조직이다. 최근 부사장급 임원 4명을 충원하는 등 역할과 규모를 키우고 있다. 김범수 의장이 공동 센터장을 맡고 있다.

문제는 남궁 센터장이 본사 주요직 임원을 맡은 뒤에도 카카오게임즈 지분을 그대로 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달 류 전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재직 중 받은 주식 23만주(약 450억원 상당)를 팔아 논란이 일자, 카카오와 류 전 내정자는 ‘이해충돌 방지 목적’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그룹 전체를 책임지는 본사 대표이사가 특정 계열사 주식을 들고 있으면 경영의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어 불가피하게 주식을 처분했다는 논리였다.

카카오는 남궁 센터장에 대해서는 같은 잣대를 대지 않고 있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그룹 내 책임과 ‘격’이 대표이사보다는 낮다는 이유에서다. 카카오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류 전 내정자의 경우 대표이사가 회사의 모든 법적 책임을 지고 사업 결정을 하는 사람이어서 (이해 충돌 등이) 문제가 됐다. 미래 먹거리를 연구하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사 내부에서는 남궁 센터장 취임 초기부터 ‘카카오게임즈를 챙긴다’는 뒷말이 나왔다. 센터가 신규 임원 5명 중 4명을 카카오게임즈 출신으로 채우면서 이런 뒷말도 커지고 있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의 김기홍 재무지원실 부사장은 카카오게임즈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남궁 센터장과 이 회사 기업공개를 주도했던 임원 출신이다. 권미진 브이2(V2) 태스크포스(TF) 부사장 역시 카카오게임즈 본부장으로 이 회사 지분 0.04%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짤 사업 전략이 카카오게임즈의 주력 분야로만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뒤따른다.

회사 안팎에서는 카카오 특유의 인사 방식이 일련의 문제들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장과 연이 깊은 임원들을 계열사 대표로 앉히고, 계열사 상장 때 막대한 스톡옵션을 챙긴 이들을 본사 임원으로 ‘영전’시키는 관행이 그룹 안에 이해충돌의 고리들을 만든다는 것이다. 류 전 내정자와 남궁 센터장은 모두 김 의장이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삼성에스디에스(SDS) 출신이다. 특히 남궁 센터장은 1998년 김 의장이 한게임을 창업할 때 창립멤버로 참여해 ‘측근 중 측근’으로 분류돼온 인물이다.

한편 카카오는 13일 전 계열사 임원 대상의 ‘주식 매도 규정’을 발표했다. 대표이사를 제외한 임원은 상장일로부터 1년 동안, 현직 대표이사는 2년 동안 소속 회사 주식을 팔지 못하게 하는 게 핵심이다. 남궁 센터장의 경우 현직을 떠나 언제든지 주식을 팔 수 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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