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지역, 오래된 정체성의 새로운 발견

최원형 입력 2022. 1. 14. 05:07 수정 2022. 1. 1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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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등의 나라들이 위치한 북서부 아프리카 지역은 "해가 지는 지역"이란 뜻의 아랍어 '마그레브'라 불린다.

흔히 아랍·이슬람 문화권으로 치부되곤 하지만, 이 지역에는 로마 시대 이전부터 존재한 토착 문명 '베르베르'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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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사람들이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전 대통령의 장기 독재를 끝낸 민중운동인 ‘히락’ 2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베르베르 깃발’을 펼쳐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베르베르 문명
서구중심주의에 가려진 이슬람과 아프리카의 재발견
임기대 지음 l 한길사 l 2만4000원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등의 나라들이 위치한 북서부 아프리카 지역은 “해가 지는 지역”이란 뜻의 아랍어 ‘마그레브’라 불린다. 흔히 아랍·이슬람 문화권으로 치부되곤 하지만, 이 지역에는 로마 시대 이전부터 존재한 토착 문명 ‘베르베르’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다. 피식민 역사와 서구중심주의 등에 눌려 오랫동안 주변화되어 온 베르베르 문명은 최근 들어 새삼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랍의 봄’ 이후 2017년부터 알제리와 모로코에서는 ‘히락’이라 불리는 민중운동이 계속되고 있는데, 베르베르로서 정체성을 찾기 위한 움직임도 이 운동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임기대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인문한국(HK) 교수가 최근에 펴낸 <베르베르 문명>은 우리에겐 비교적 생소한 이 북아프리카 토착 부족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책이다. 지은이는 베르베르 문명을 통해 “지역 연구를 중심부를 통한 이해에서 벗어나 지역 내의 문명과 문화가 어떻게 동일 지역 또는 다른 지역의 문화 등과 ‘교차와 혼성’하고 ‘대립과 공존’하며, 더 나아가 ‘순환적’ 과정을 만들어 가는지”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외국인’(바르바로이)이라는 그리스어에서 온 ‘베르베르’라는 이름에서부터 중심에 의해 타자화된 맥락이 드러난다. 베르베르인 스스로는 ‘이마지겐’(복수형)으로 부른다고 한다. 오랫동안 마그레브의 토착민으로 살아온 베르베르인은 페니키아, 로마, 비잔틴, 반달, 아랍, 오스만튀르크, 프랑스 등 다양한 이민족의 침략을 겪어야 했고, 이런 역사 속에서 여러 지역으로 흩어진 ‘디아스포라’로 살게 됐다. 지중해 문화, 안달루시아 문화, 시칠리아 문화, 아랍 문화, 유럽 문화 등이 이들에게 복합적이고 다양한 영향을 끼쳤다. 예컨대 다양한 베르베르 부족 가운데 사하라-사헬 지역에 살고 있는 투아레그족은 ‘아프리카성’이 좀 더 짙은 부족이다. 현재 프랑스 국적의 마그레브 출신자는 600만명 이상인데, 이 가운데 3분의 1이 베르베르인이다.

무엇보다 지은이는 아랍민족주의의 팽배 아래에서 그동안 비교적 조용히 이어 왔던 ‘베르베르 문명’이라는 소수자 정체성이 21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히락은 “2016년부터 5년 이상, 알제리에서는 3년 이상 비폭력 저항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으며,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이 운동은 베르베르어권 지역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데, 모로코는 2011년, 알제리는 2016년 베르베르어를 공용어로 지정한 바 있다. 아랍·이슬람화로 내달렸던 ‘탈식민화’와 달리, 내부에서 더욱 다양한 주체들이 기존의 지역적 정체성을 뒤흔들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변화에 주목해 보자는 제안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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