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이라면 사회주의자가 될 수밖에
금융위기부터 청년 세대 '좌경화'
자본주의 모순 속에서 성장했기에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힙'한 상상력
밀레니얼 사회주의 선언
역사상 가장 똑똑하고 가난한 세대의 좌회전
네이선 로빈슨 지음, 안규남 옮김 l 동녘 l 2만2000원
놀라지 마시라 . 미국 청년들이 급속도로 좌경화되고 있다 . 씨앗은 일찌감치 뿌려졌다 . 2008 년 금융위기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위기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을 단 한 명도 기소하지 않고 오히려 내각에 중용하는 모습에 실망한 청년들이 , 2011 년 월가를 점거하고 “우리는 99% 다”를 외쳤다 . 그리고 2016 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민주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의 강력한 지지자가 되어 힐러리 클린턴을 패배 직전까지 몰아세웠다 .
2018 년에는 ‘밀레니얼 사회주의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가 10 선 의원인 조 크롤리를 꺾고 최연소 여성 하원의원이 됐다 . 민주당 후보자들이 사회주의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사회주의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 샌더스의 급진적인 사회주의 정책으로 여겨졌던 ‘ 단일 보험자 헬스케어 ’ 는 민주당원은 물론 공화당원도 지지할 만큼 인기가 높아졌다 . “ 미국 전역에서 사회주의자들이 독서 모임을 시작하고 , 책자를 출간하고 ,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 영향력을 넓히는 중이다 . 사회주의자 단체인 ‘ 미국민주사회주의자 ’ 의 회원 수는 5 만명을 넘어섰다 .
< 밀레니얼 사회주의 선언 > 의 저자 네이선 로빈슨은 이런 흐름을 함께 만든 대표적인 밀레니얼 사회주의자다 . 2015 년 학자금 대출 15 만달러 ( 약 1 억 7 천만원 ) 가 있는 26 살 대학원생이던 그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정치잡지 < 커런트어페어스 > 를 창간했다 . 혼자 만든 시제품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 시작한 이 잡지는 현재 미국 전역과 20 개국에 독자를 둔 경쟁력 있는 독립매체로 성장했는데 , 비결은 “ 지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좌파 작가들의 글을 싣되 주장이 뚜렷하면서도 재미있는 잡지 ” 를 만든 데 있다 . 잡지를 구독하는 청년들에게 , 사회주의는 무겁고 비장하며 다소 칙칙한 정언명령이 아니라 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 힙 ’ 한 상상력이다 .
로빈슨에 따르면 , 밀레니얼들이 사회주의자가 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 자신을 돌아보고 주위를 둘러보는 것만으로 “ 세상이 어딘가 잘못됐다는 걸 ”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밀레니얼 세대는 어릴 때부터 살인적인 경쟁에 내몰려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데도 빚에 허덕이며 빈곤한 삶을 이어간다 . 또한 “ 아마존의 물류창고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수당도 없이 장시간 노동과 교대근무를 하지만 , 아마존 창립자인 제프 베조스는 자신의 많은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우주선을 만드는 것밖에 없다고 말한다 ” 거나 , “ 어떤 아이들은 근사한 사립학교에 다니고 어떤 아이들은 난방도 잘 안 되는 공립학교에 다니는데 , 사립학교에 다닌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자신이 마땅히 부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 거나 , “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돈을 벌게 마련인데 , 일한 만큼 경제적 보상이 주어진다는 거짓말이 실제처럼 통용되는 ” 등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진다 .
로빈슨은 이런 문제투성이 세상을 바꿀 힘이 “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유토피아를 향한 사회주의자들의 용감하고 끈질긴 도전 ” 에 있다고 말한다 . 그에겐 백인 남성 밀레니얼인 자신보다 더 불평등한 삶을 감내하는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과 손잡고 도모할 “ 더 재미있고 더 좋은 계획 ” 이 있다 . “ 모든 사람들의 삶을 더 좋게 만들 ” 뜨겁고 아름다운 ‘빅 피처’가 궁금하다면 “ 이리 와서 함께하라 .”
이미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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