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와 물감으로 되살아난 모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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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로 첫발을 내딛는 데 용감한 탐험가들은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그들의 기록은 지구의 역사를 거듭 새로 쓰게 한 단초가 됐다.
이 책엔 미덕이 또 하나 있는데, 로알 아문센 같은 유명한 탐험가만 소개하지 않았다는 것.
숫자와 속도가 중요한 데이터 정보 시대에 물성 가득한 종이와 물감으로 빚어낸 지구의 모습은 또 다른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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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의 스케치북
발견과 모험의 예술
휴 루이스-존스·카리 허버트 지음, 최파일 옮김 l 미술문화 l 4만원
미지의 세계로 첫발을 내딛는 데 용감한 탐험가들은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그들의 기록은 지구의 역사를 거듭 새로 쓰게 한 단초가 됐다. “하루하루 목숨을 걸며 나아가”는 그들이 없었다면 인류는 지구의 반도 모른 채 무지의 어둠 속에서 살았을 테다.
일례로 탐험가 데이비드 리빙스턴의 1871년 기록은 기적에 가까운 결과물을 도출해냈다. 그는 당시 콩고의 니앙웨 마을을 탐험 중이었다. 총으로 무장한 아랍 노예 무역상들이 주민들을 참혹하게 살해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급하게 종이와 잉크를 찾았다. 하지만 아프리카 오지 마을에 문명의 이기가 있을 리 없을 터. 그는 바삐 짠 과일즙을 잉크 삼아 신문지 한 모퉁이에 그려 넣었다. 몇 초간의 순발력이 이룬 성과는 실로 놀라웠다. 세상은 분노했고, 결국 탄자니아 잔지바르 노예시장은 폐쇄됐다.
<탐험가의 스케치북>은 제2, 제3의 리빙스턴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이 평생 추구한 “발견하고 드러내고 관찰하고 보여주기”를 소개한다. 짧게 갈무리된 그들의 인생 옆엔 죽음을 무릅쓴 ‘모험’이 스케치로 펼쳐진다. “우리 바깥 세계를 발견하려 애쓴” 그들의 좌절과 진보, 환희와 고통, 집요함의 결과물이다. 최면을 거는 스케치에 기꺼이 빠지는 건 책이 주는 소소한 기쁨이다.
이 책엔 미덕이 또 하나 있는데, 로알 아문센 같은 유명한 탐험가만 소개하지 않았다는 것. 아문센이 이룬 성과, 인류 최초로 북서항로를 개척하고 남극점과 북극점을 정복한 일은 대단하지만, 무명에 가까운 야생 미술가, 아마존 식물 채집자, 펭귄 생태학자, 민속식물학자의 삶과 도전은 또 다른 역사다. 예컨대 이런 거다. 뉴욕동물학회 열대 연구소장인 윌리엄 비비는 그가 ‘지옥의 검은 아가리 같은 세계’라고 표현한 심해에서 괴상한 생물들의 이미지를 건져낸다. 그가 아니었다면 검은뱀이빨고기 뱃속에 그리 많은 물고기가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싶다. 평생 수만 마리의 나비를 쫓아서 결국엔 2만2천점 나비표본을 남긴 마거릿 폰테인의 노고는 경이롭다.
저자는 탐험의 진정한 효용은 ‘관점의 이동’이라고 강조한다. 달 착륙에서 중요한 것은 정복이 아니라 마침내 우리가 지구를 되돌아보게 되었다는 사실이라는 것.
숫자와 속도가 중요한 데이터 정보 시대에 물성 가득한 종이와 물감으로 빚어낸 지구의 모습은 또 다른 감동이다. 저자는 그들처럼 길을 잃어보라고 한다. 그러면 당신이 찾고 있던 것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권한다. 이제 그들처럼 탐험을 떠날 때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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