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유대인 단일 민족국가라는 건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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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를 탈출해 신이 약속한 땅에 왕국을 지었다가 로마인에게 빼앗기고 2,000년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다 옛 고향 땅을 찾아 거주민을 내쫓고 단일 민족국가를 세운 민족.
유대인과 이스라엘이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유전학까지 동원해 유대인 단일민족이라는 허구를 지키려 하는 이스라엘이 과거 자신들을 핍박했던 독일과 동유럽의 배타적 민족주의를 본받아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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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를 탈출해 신이 약속한 땅에 왕국을 지었다가 로마인에게 빼앗기고 2,000년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다 옛 고향 땅을 찾아 거주민을 내쫓고 단일 민족국가를 세운 민족. 유대인과 이스라엘이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스라엘의 폭력적 패권주의를 정당화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는 슐로모 산드 교수는 이스라엘의 존재 이유와도 같은 유대 민족 서사가 허구라고 주장한다. 신의 약속, 핍박, 추방, 유랑, 귀환으로 이어지는 유대인의 민족적 배경은 창작된 신화이며 조작된 정체성이란 것이다. 저자가 새로 밝혀낸 이야기가 아니다. 유럽과 미국에 사는 유대인이 대부분 팔레스타인 땅에 살던 유대인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튀르크족의 후예라는 주장은 러시아 출신 유대계 역사학자 아브라함 하르카비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저자는 학자들의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19세기 유럽에서 유대 민족주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조목조목 설명한다. 유전학까지 동원해 유대인 단일민족이라는 허구를 지키려 하는 이스라엘이 과거 자신들을 핍박했던 독일과 동유럽의 배타적 민족주의를 본받아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다. 2009년 이스라엘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전 세계 언론과 학자들의 주목과 호평을 받았지만 유대인 학자들의 거센 비판과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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