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MZ세대의 피와 눈물

김대기 입력 2022. 1. 14. 03:21 수정 2022. 1. 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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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 중 하나가 MZ세대인 것 같다. MZ는 밀레니얼 세대(1985~1996년생)와 Z세대(1997~2006년생)가 합친 것으로 금년 기준으로 대략 16~37세가량 되는 청년계층을 의미한다.

지난 11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aT센터에서 열린 2021 관광산업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학생 및 구직자들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1.11.16. /뉴시스

이 세대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첫째, 합계출산율이 2이하로 떨어진 1984년 이후 태어나 인구수가 적다. 매년 40~60만명대가 태어났으니 한해 100만명대 태어나던 베이비부머들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둘째, 이들의 부모는 대부분 베이붐 세대(1955~1974년생)로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억척스럽게 살아온 사람들이다. 본인들이 워낙 고생하며 살아서 그런지 자녀투자에는 적극적이었다. 그 덕에 MZ세대는 여유롭게 살았으며, 대학진학율이 80%를 넘는 고학력 집단이 되었다.

셋째, 이들은 성장기에 인터넷·스마트폰·소셜미디어 같은 신기술의 혜택을 본격적으로 누리고,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하면서 가치관이 자유롭고 개인주의 성향이 짙다. 조직과 국가를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부모세대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요약하면 MZ세대는 축복받은 계층이라 볼 수 있다. 부유한 환경에서 교육 잘 받고, 급격히 발전한 과학기술 덕택에 편리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데다가, 인구가 적어 경쟁 스트레스도 덜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을 보면 축복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원하는 일자리는 하늘의 별따기이고, 집값폭등으로 부의 사다리가 끊겼다고 절망한다. 성실하게 일해 봐야 벼락거지 된다는 불안감에 영끌까지 대출받아 주식·부동산·가상화폐 등 투기판에 마구 뛰어들다 보니 빚마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과 통계청이 수행한 ‘2021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30 가구주의 77%가 금융 빚을 지고 있는데 이는 40대 73%보다 높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까 혼인도 기피한다. 또 혼인을 해도 애를 낳지 않는 부부가 늘어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마저 어두워지고 있다. 축복받아야 할 MZ세대가 오히려 ‘잃어버린 세대’가 되어가는 형상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근본적인 원인은 일자리 부족이다. 우리나라 청년 고용율은 42%로 미국 56%, 일본 60%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일자리 부족은 그동안 전문가들이 누차 지적했듯이 지난 5년간의 노조편향적 정책과 기업때리기 결과이다. 인건비는 치솟고, 사고라도 나면 회사대표가 책임져야 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탄소감축을 해야 하고, 노조가 경영에도 간여하겠다는데 누가 이 땅에 투자를 할까. 지난 4년간 한국에 들어온 투자보다 해외로 나간 투자가 1580억달러 더 많다. 사상 최대수준이다. 이 돈의 절반만 국내에 머물렀어도 양질의 일자리는 60만개 이상 늘어난다.

좋은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데, 기존 일자리는 직전세대들이 강력한 노조를 등에 업고 절대 양보를 안하고, 허접한 일자리는 대학진학율이 높은 MZ세대에게 맞지 않으니 참 답답한 현실이다. 여기에 빚은 늘어나고, 집값은 오르니 청년들의 고통이 얼마나 크겠는가. 그런데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재 정치권이 선심쓰는 돈은 나중에 청년들이 갚아야 한다. 그 돈이 지금 100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국민연금도 바닥날지 모른다.

기성세대가 청년들의 삶을 이렇게 방치하면 안된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기업들의 국내투자이다. 이를 위해 노조가 대승적으로 양보해야 한다. 지금 노조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이다. 포식자가 욕심부리면 결국 다 망한다.

그리고 청년들을 빚에서 구해주는 대책이 필요하다. 정치권에서 내놓고 있는 ‘저금리 기본대출’이나 ‘청년창업’ 같은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빚을 계속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빚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최소한 빚내서 투기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DSR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면서부터 빚쟁이를 만드는 학자금 대출도 줄여주자.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MB정부 때처럼 실업계 고교를 활성화시켜 선(先)취업, 후(後)진학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이 어떨까.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MZ세대 표심잡기에 분주하다. MZ세대의 고통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잘 판단해야 한다. 근원적인 문제는 놔두고 돈으로만 사탕발림하는 후보가 가장 위험하다. 그 돈은 결국 MZ세대가 갚아야할 피와 눈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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