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암초 등장.. 니켈값 폭등, 10년만에 최고가

임경업 기자 2022. 1. 1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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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줄줄이 올라.. 리튬 가격도 1년새 5배로

니켈·리튬·코발트 등 배터리에 쓰이는 핵심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배터리 제조 핵심 원자재 중 하나인 광물 니켈은 런던금속거래소 가격 기준 톤당 2만2745달러를 기록해 10년 만의 최고가를 썼다. 이달에만 12%가 올랐다. 리튬은 작년 1월 대비 5배 이상 올랐고, 코발트 가격도 작년 1월 가격의 2배 수준인 톤당 7만달러를 돌파했다. 모두 한국 배터리 3사가 만드는 제품의 핵심 원자재다.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탄소 배출 제로’를 외치면서 전기차 생산·판매가 증가하고,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여기에 코로나로 인한 생산 차질과 물류 대란까지 겹치면서 광물 가격 상승세는 더 가팔라졌고, 배터리 원자재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채굴을 위한 환경 파괴, 석탄 연료 사용 문제까지 나오면서 친환경 전기차 시대로 가는 길에 암초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파리협정 달성하려면 니켈 수요 19배 증가

배터리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에서 리튬 가격은 톤당 4만8177달러(30만6500위안·5721만원)다. 작년 1월 가격은 9059달러였다. 신용평가사 S&P는 올해 리튬 생산량을 작년보다 15만톤 늘어난 63만톤으로 점쳤다. 하지만 리튬 수요도 그만큼 늘어나 64만톤이 넘고, 오히려 공급 부족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봤다. 니켈은 수요 폭증으로 글로벌 재고가 51일 연속 감소 중이고, 중국의 공식 재고도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310만대에서 2021년 560만대를 넘어섰다. 한 해 사이 80%가량 늘어난 것이다. 전기차에 미적지근했던 도요타까지 대대적인 전기차 출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2022년에도 배터리 원자재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파리 기후변화 협정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니켈 수요가 2040년까지 19배 증가한다.

여기에 코로나로 인한 생산과 물류 차질까지 겹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랠리에 기름을 부었다. 코발트의 절반가량이 매장된 아프리카 콩고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항구 더반을 거쳐 운송되는 코발트 무역로는 오미크론 변이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리튬 최대 생산국인 호주 광산은 코로나 이후 대대적으로 광부를 해고한 탓에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중국은 2월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대기오염 관리를 위해 북부에 밀집된 리튬 공장의 가동을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 전기차 생산으로 인한 환경오염

배터리 원자재 가격 상승은 배터리 제조사를 비롯해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생산 비용에도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기차가 가격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은 배터리 생산 비용의 꾸준한 감소 때문인데, 배터리 가격이 오르면 전기차 판매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소재 기업들은 원자재와 광산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최대 리튬 제조·생산업체인 간펑리튬은 지난해에만 멕시코, 아프리카 말리, 아르헨티나 광산을 인수하는 데 각각 수천억 원을 썼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미국 네바다주에서 리튬 추출 권리를 확보하고, BMW는 모로코와 코발트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원자재가 매장된 개발도상국에선 환경오염과 자원 주권 문제도 제기된다. 실제로 세르비아에선 지난 한 달간 거센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정부가 다국적 광산업체인 리오틴토에 3조원가량의 리튬 채굴권을 주기로 하면서 일어난 시위다. 리튬은 채굴에 많은 물과 화학물질을 써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환경오염 우려가 크다는 주장이다. 결국 정부가 채굴 허가 절차를 일시 중지했다. 니켈 부국(富國)인 인도네시아에서는 니켈 채굴에 필요한 에너지를 석탄 발전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친환경 전기차를 만들려고 대기오염의 주범인 석탄을 더 많이 쓰는 역설에 빠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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