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의 '토닥토닥'] 화나도 "집 나가라" 하면 안돼.. 힘들다 정도로만 표현하세요
“나 네 엄마 안 해. 너 같은 애 정말 못 키우겠다.”
부모가 아이에게 화가 나서 이런 말을 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부모에게 “정말로 그럴 거냐”고 물으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물론 나도 부모들이 실제 그러지 않으리란 걸 안다. 하지만 생후 38개월인 아이는 다르다. 아이는 ‘내 행동이 정말 잘못된 행동이라 엄마가 화가 많이 났구나’라고 받아들이기보다 ‘엄마가 나를 정말 버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잘하고 못하고에 따라 부모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버려지는 데 대한 엄청난 두려움을 아이가 갖게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 네 엄마 안 해”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너 이 집에서 나가”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이런 말을 할 때는 아이가 어떤 일을 저지른 상황이다. 아이는 자기가 잘못을 했거나 어떤 사건에 처하면 무척 당황스럽고 두렵다. 그럴 때 집은 나를 가장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공간이다. 그런 공간에서 쫓겨난다는 건 아이에게 굉장히 안 좋은 의미이고, 큰 박탈감을 준다. 집은 가족 모두의 공간이다. 거기서 아이를 내쫓는다고 말하는 것은 부모가 정말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학대로 볼 수 있다.
이런 말 대신 “어휴~엄마 하기 참 힘들다” 정도로 말했으면 좋겠다. 만약 어쩌다 그런 말들을 해버렸다면 “엄마가 화나서 한 말이지 진심은 아니야. 그런데 네가 자꾸 이러니까 엄마도 힘들다”고 뒷수습을 했으면 한다.
부모는 마음대로 되고 안 되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조건이 붙으면 안 되는 역할이다. 이 점은 부모의 감정에 따라 바뀌어도 안 된다. 아이 나이에 따라 부모의 역할이 달라질 뿐 부모는 언제나 부모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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