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의 현금성 지원 공약, 예산 얼마 들어가는지 따져 물어야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가 지난 10일 비대면 화상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금현섭(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태수(변호사), 박상욱(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홍승기(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위원과 안덕기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김성호(연세대 정외과 교수), 손지애(이화여대 초빙교수), 정유신(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한은형(소설가)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대선 공약]
- <공약 경쟁에 ‘재미’ 앞세운 與野... 전문가 “국가 대사 논의 사라져”>(1월 10일 자 A5면)는 여야 대선 후보가 관심을 끌기 위해 재미를 앞세운 공약을 내놓는 현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인기 영합을 위해 중요 사안을 배제하고 재미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우리 정치에 좋지 않은 행태다. 대선 후보들 주변 얘기나 공약을 따라가면서 보도하는 방식보다 각 후보들이 내놓은 현금성 복지·지원 공약을 시행하려면 얼마나 많은 예산이 들어갈지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복지·지원 정책은 한번 시작하면 없애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 <”멸치·콩 샀다”... 정용진發 ‘멸공’ 논란, 정치권으로 확산>(1월 10일 자 A6면)을 보면 정용진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멸공’이 정치권에서 희화화되는 것 같다. 하지만 공산주의는 현실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며 위협이 되고 있다. 같은 날짜에 실린 <”다주택자 양도 차익에 靑 핵심이 100% 과세 주장... 내가 ‘미쳤냐’라며 거절”>(A4면)에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주장한 ‘세율 100%’는 공산주의적 발상이다. 멸공은 수십 년 전 끝난 얘기가 아니고, 공산주의적 사고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공론의 장에 올려 고민할 필요가 있다.
- <北 극초음속 미사일... 세계는 규탄, 한국 침묵>(1월 7일 자 A1면)에서 북한의 새로운 미사일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 미사일이 왜 게임체인저이고, 파괴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 아쉬웠다. 그동안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독자들은 미사일 기사에 둔감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 이해를 돕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학 방역]
- <”미접종자, 확산 위험 크다고 못해”... 법원, 식당·카페도 곧 결정>(1월 5일 자 A2면)은 기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방역 패스와 관련한 법원의 적용 중단 결정이 나왔다는 내용인데, 방역 패스가 과학적 기준으로 운영되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방역 패스 적용 매장 기준도 무엇인지 궁금하다. 방역 패스의 과학적 근거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전문가 진단을 통해 속 시원한 설명이 필요하다.
- 우리나라보다 먼저 방역 패스 관련 논의를 마친 일본·유럽 등의 적용 사례를 참고하면 이를 둘러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일본은 정부가 방역 패스 증명서를 발급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민간에서 결정하도록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우리도 백신 패스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언론이 토론의 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
[수소차]
- <현대차, 제네시스 수소차 개발 ‘급브레이크’>(12월 28일 자 A2면)는 현대차가 수소차를 포기하는 듯한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는 기사로, 국내 수소 관련 주식이 일제히 하락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하지만 현대차가 제네시스 수소차 개발을 일단 중단한 것은 맞지만 수소차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의 수소차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을 비판한 것은 수긍할 수 있지만 현대차의 입장을 들어보지 않고 추측성 기사를 쓰면 안 된다
-1월 7일 자 지면에 <강남 대치동 3억 ‘뚝’... 하남·대전도 집값 꺾여>(A2면)와 <0.01% 하락에 “집값 잡았다”>(A30면) 등 2건의 부동산 기사가 실렸다. 전자는 전국적으로 집값이 대폭 하락했다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가 집값 떨어졌다고 주장하는데 근거가 약하다고 비판하는 내용이다. 두 기사를 같이 놓고 보면 앞뒤가 안 맞는다.
-<’블라인드 채용’이 공정이라는 착각>(12월 23일 자 A33면) 칼럼은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제도의 문제점을 잘 지적했다. 이 채용 방식으로 공공 영역 근로자들의 수준이 엉망이 되었다. 민간 영역인 로스쿨 입시에도 공식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하고 있지만, 전국 로스쿨에서 블라인드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학교는 거의 없다고 본다. 이런 불합리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국가 부채]
- <社說: 다가오는 미국발 긴축 ‘퍼펙트 스톰’ 정부는 선거용 돈 뿌릴 궁리만>(1월 7일 자)에서 가계 부채 및 좀비 기업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방만한 재정 운영에 따른 국가 부채 증가를 방치할 경우, 미국발(發) 통화 긴축이 금융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 그동안 국제 금융시장에서 국가 신용 등급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역대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 덕분이었다. 금융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 건전성 강화 및 외환 보유액 확보, 재정 건전성 회복 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 <미중 갈등 시대의 한중 수교 30년>(1월 3~8일) 시리즈는 대선의 해를 맞아 외교 문제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표심을 정하는 데 국제적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 좋은 시도인데, 몇 가지 아쉬움이 있다. 시리즈 제목을 보면 한중 관계를 미중 관계의 맥락에서 짚어보자는 뜻인데, 미중 갈등 양상이 한국에 어떤 방식으로 양자택일을 요구하고 압박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그래서 양국 간 비대칭적 관계, 역사 공정, 굴욕 외교 등 이미 나온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한국의 대응 역시 무역 다변화, 자주 외교 등 원론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 <질병청 서버 또 먹통... 한파 속 2시간 ‘덜덜’>(12월 20일 자 A1면)과 <세금 수십억 쓴 ‘공공 메타버스’... 볼거리가 없네>(1월 8일 자 A1·2면)는 IT 강국, 전자정부 세계 최고라는 우리나라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국민 건강에 직결되는 전산 시스템이 왜 상습적으로 먹통이 되는지, 왜 기본적인 전산 시스템조차 운영하지 못하는지 등 근본 원인을 모색하는 심층 보도가 필요하다.
- <어르신, 금융앱 못 쓰면 年 180만원 손해 봐요>(1월 10일자 A1·2면)는 ‘디지털 디바이드’에 대한 최근 기사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기사다. 디지털 디바이드와 관련된 실생활 사례를 통해 은행 창구족과 온라인족의 금융 격차를 잘 보여주었다.
[美 긴축]
-<美, 풀린 돈 회수하는 ‘양적 긴축’ 앞당긴다>(1월 7일 자 B1면)는 올해 금융시장의 가장 큰 이슈인 미 연준의 금리 인상 문제를 잘 분석했다. 다만 ‘양적 긴축’ 정책 변화의 배경으로 꼽은 높은 물가 상승률과 고용 회복과 관련해 불명확한 부분이 있었다. 미국 물가 상승률은 고공 행진을 하고 있어 금리 인상 요인이 존재하지만, 고용 지표는 최근 실업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의미 있게 증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 세계적 핫 이슈인 우크라이나·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한 조선일보 기사들은 팩트 위주로 정리가 잘 되어 있지만 ‘먼 나라 얘기’라는 느낌을 준다. 미국·일본 언론은 러시아와 서방이 30년째 갈등하고 있는 나토(NATO) 문제로 격돌할 경우 국제 정세가 대변혁할 것이라는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또 러시아가 군사력을 동원해 독재 국가의 생명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약소국에 개입하는 것도 지적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독재 국가를 주변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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