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할아버지의 동화 속으로
“모험 좋아하니? 손주들은 나를 그랜쥬드(grandude·'할아버지’의 친숙한 호칭)라고 불러. 우리는 함께 마법 여행을 떠나는 걸 좋아해. 너도 함께 떠나지 않을래?”
아이와 눈을 맞추며 인자하게 웃는 할아버지의 말투다. 화자는 비틀스 출신의 전설적 뮤지션 폴 매카트니. 그가 쓴 두 번째 그림책 ‘그랜쥬드의 초록 잠수함’(인간희극)은 책을 펼쳐든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시작된다. 지난달 말 국내 출간. 올해로 80세가 된 이 음악가는 손주 여덟 명을 둔 ‘손주 바보’ 할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랜쥬드는 손주들과 창고에서 낸쥬드(nandude·'할머니’의 친숙한 호칭)의 사진을 발견한 뒤, 초록색 잠수함을 타고 바깥 세상으로 할머니를 찾는 모험을 떠난다. 환경운동에 열심인 그답게, 자연과 동물, 아름다운 바다 그림이 책장마다 가득하다. 30년을 함께 살았던 폴의 첫 아내, 사진가 린다 매카트니(1941~1998)를 기억하는 올드 팬이라면 먼저 간 아내를 향한 그의 그리움이 느껴져 가슴 한구석이 찡해질 것이다.
유명 인사들이 쓴 그림책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폴 매카트니에 앞서 영국 해리 왕손 부인 메건 마클(40)이 쓴 그림책 ‘벤치’(다림)도 지난달 초 나왔다. 지난해 6월엔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이 쓴 그림책 ‘와일드 심포니’가 출간됐었다.
메건은 남편과 함께 영국 왕실을 떠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세 살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다. 그의 그림책 ‘벤치’는 ‘내 심장을 콩닥콩닥 뛰게 하는 한 남자와 소년에게’라는 헌정의 말로 시작된다. 모양도 색깔도 갖가지인 의자와 벤치 위에서 다양한 인종의 아버지와 아이들이 함께 보내는 희로애락의 순간들이 이어진다. 아이는 아빠 가슴에 안겨 낮잠을 자거나, 아빠와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고, 넘어져 다친 무릎을 치료하거나 축구 대회에서 우승해 으쓱대며 트로피를 들고 오기도 한다. 남편과 아들을 향한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한미화 어린이책 평론가는 “유명 인사들이 쓴 그림책은 전형적인 동화책이라기보다 하고 싶은 얘기를 짧은 글로 담아내는 우화의 느낌이 강하다”며 “그림책은 가족의 소중함과 용기, 사랑, 다양성 같은 메시지를 손주나 가족에게 쉬운 말로 전할 수 있는 뛰어난 매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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