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명반 해설서 낸 '곱창전골' 리더.. "한일 더 친해졌으면"

임희윤 기자 2022. 1. 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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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고생하며 책을 쓰고 나니 이제야 한국어를 조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하하하." 11일 일본 음악가 사토 유키에 씨(58)가 사는 서울 마포구 자택 응접실에는 LP레코드 수천 장이 들어차 있었다.

"1970년대엔 일본에서도 가사가 저속하다거나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방송금지 처분을 내리는 일이 수두룩했습니다. 책을 쓰며 양국의 공통점도 많이 보이더군요." 사토 씨는 냉각된 한일관계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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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오가며 활동 사토 유키에
록-포크-시티팝 등 200장 소개
"재일한국인 록가수 하쿠류, 진짜 용기있는 가수라 깊이 다뤄
3년간 고생하며 한국어로 책 써"
11일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만난 ‘일본 LP 명반 가이드북’의 저자이자 음악가 사토 유키에 씨. 책에 소개한 록 밴드 해피엔드의 음반(왼쪽·1971년)과 카르멘 마키&오즈(1975년)의 음반을 들어 보였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3년간 고생하며 책을 쓰고 나니 이제야 한국어를 조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하하하.”

11일 일본 음악가 사토 유키에 씨(58)가 사는 서울 마포구 자택 응접실에는 LP레코드 수천 장이 들어차 있었다. 그가 최근 ‘일본 LP 명반 가이드북’(안나푸르나·사진)을 내놨다. 록, 포크, 시티팝, 일본 가요 등 네 가지 장르에 걸쳐 말 그대로 LP로 들으면 좋은 일본 음반 200장을 모아 사진과 함께 해설한 책이다.

제시 요시카와 & 블루 코멧츠, 스파이더스 등 1960년대 일본 록 태동기의 전설적 그룹사운드부터 안리, 다케우치 마리야 등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시티팝 가수까지 두루 다뤘다.

“집필을 시작한 2018년 이후 예상치 못한 두 가지 붐이 일어났습니다. 책에 반영할 수밖에 없었죠.”

하나는 1970, 80년대 일본 버블경제 시대에 나타난 세련된 장르인 시티팝의 복고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쓴 것. 다른 하나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케이팝 세계의 폭발이다. 특히 ‘가요’ 챕터의 첫 음반이자 기념비적 노래인 사카모토 규의 ‘스키야키’ 해설을 다시 써야 했다고. 1963년 아시아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한 곡인데 ‘BTS가 1위를 차지할 때까지…’라는 대목을 넣었다.

1960∼80년대 음반을 주로 다룬 책에 사토 씨는 앨범 해설뿐 아니라 간략한 일본 대중음악사도 곁들였다. 중학생 때부터 음반을 모은 그의 방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당대 일본인만 알 수 있는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을 ‘감초’로 보탰다.

한국적 록을 구사하는 밴드 ‘곱창전골’을 결성하고 1999년 데뷔한 뒤 한일을 오간 그는 양국 모두에 애정이 유별나다. 재일한국인 록 가수 하쿠류를 다룬 챕터에 공을 들인 것도 그 때문이다.

“일본 연예계에서는 아직도 재일한국인 후손임을 숨기고 활동하는 이들이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1981년에 스스로 재일교포라고 밝히고 ‘아리랑의 노래’로 데뷔해 ‘코슈시티(光州City)’라는 곡에 5·18민주화운동 이야기를 담은 하쿠류는 진짜 용기 있는 가수였죠.”

사토 씨는 1995년 한국에 와 신중현의 음악을 접하고 충격에 빠진 뒤 일본에 돌아가 NHK TV 강좌를 보며 한국어를 독학했다. 곱창전골로 활동하다 한국인과 결혼해 서울에 산다.

“독학한 한국어 실력이 변변치 못합니다. 미숙한 표현도 있겠지만 너른 아량으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그의 책을 읽으면 20세기 한일 문화 교류사도 엿볼 수 있다.

“1970년대엔 일본에서도 가사가 저속하다거나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방송금지 처분을 내리는 일이 수두룩했습니다. 책을 쓰며 양국의 공통점도 많이 보이더군요.”

사토 씨는 냉각된 한일관계가 안타깝다. 하지만 일본 젊은이들이 한국문화에 푹 빠져 있는 모습에서 희망을 본다. 자신의 책이 양국 화해에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했다.

“친구가 있는 나라, 좋아하는 음악가가 있는 나라를 미워하기란 매우 힘듭니다. 문화를 통해 서로 더 친한 친구가 됐으면 합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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