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74] 중국정부의 붓글씨 필체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입력 2022. 1. 14. 00:00 수정 2024. 3. 2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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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글씨에는 여러 필체가 있다. 관각체(館閣體)도 그 하나다. 왕조 시절 정부기관인 관(館)이나 각(閣)에서 썼던 글씨 유형이다. 때론 문체(文體)도 가리킨다. 조선에서는 홍문관(弘文館)이나 예문관(藝文館), 그리고 규장각(奎章閣) 등이 그 기관에 해당한다.

중국의 관각체 전통은 퍽 유장하다. 명대에는 대각체(臺閣體)로 불렸다가 청대에 지금 말로 자리를 잡았다. 정부의 공식 문서에 쓰는 필체라서 특징이 두드러진다. 누구든지 잘 알아볼 수 있어야 함이 우선이다.

/일러스트=김성규

따라서 읽기 쉬운 해서(楷書)로 써야 한다. 아울러 ‘반듯함[方], 밝음[光], 검정[烏]’을 갖춰야 한다. 공문서이니만큼 의사를 정확히 전달해야 했던 까닭이다. 나중에는 과거(科擧) 응시자들도 이를 쓰지 못하면 낙방(落榜)을 감수해야 했다.

우선 장중하고 우아하다는 장점이 있다. 황제도 읽는 문서여서 글씨를 다듬고 또 다듬었던 전통이 쌓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형식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딱딱한 공문서라서 자유로운 감성이 들어설 여지는 아예 없다.

현대 중국에서도 ‘관각체’ 위력은 여전하다. 공산당이 확정한 방침을 각급 기관이 어김없이 따라야 하는 정치적 틀이 우선 그렇다. 중앙정부가 내세우는 정책은 ‘사회 안정’이라는 거창한 명분 등에 맞춰지지만 세부적인 사정은 잘 감안하지 않는 편이다.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상황도 마찬가지다. ‘제로 코로나[淸零]’를 강조하는 공산당은 확진자가 나온 곳이면 무조건 봉쇄하고 통제한다. 형식과 규격에 내용을 억지로 짜서 맞추는 현대판 ‘관각체’ 사고가 분명하다.

그 부작용과 피로감이 아주 높아졌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대응이 필요한데도 아직 닫고 가두는 데만 열중한다. 필체로 말하자면 겉만 화려한 관각체의 ‘해서’가 자유분방한 ‘초서(草書)’를 무겁게 짓누르는 꼴이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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