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순직 조종사

기체가 급강하하는 순간에도 심 소령이 조종간을 놓지 않은 채 가쁜 호흡을 한 정황은 비행기록장치에 고스란히 담겼다. 전투기는 주택이 있는 마을과 불과 100m 남짓 떨어진 곳에 추락했다. 아찔했던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장병 추모에 인색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SNS에 올린 글에서 “끝까지 조종간을 붙잡고 민가를 피한 고인의 살신성인은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표상으로 언제나 우리 군의 귀감이 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전투기 사고 소식은 잊을 만하면 들려온다. 2018년 4월 경북 칠곡군에서 공군 주력기인 F-15K 전투기 1대가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순직했다. 2007년에는 순직한 전투기 조종사를 아버지로 둔 아들이 KF-16 전투기를 몰다 추락해 사망하기도 했다. 비행 중 사고가 많다보니 수원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는 2004년 6월 창공에서 산화한 조종사 100인을 기리는 추모공원이 들어섰다.
전투기 사고는 노후 전투기에서 주로 발생한다. 심 소령이 몰던 F-5 전투기도 운용된 지 30년이 지났다. 이 전투기를 공군은 80대가량 보유하고 있다. 향후 8년 정도 더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보다 더한 ‘사골’ F-4 팬텀도 있다. 북한에 맞서 적정보유 대수를 맞추기 위한 조치다. 이들 전투기는 다른 전투기에서 부품을 빼내 돌려 막는 ‘동류 전환’이라는 방식으로 생명줄을 부여잡고 있다. 그러니 사고는 필연이다. 2000년 이후 F-4와 F-5를 합쳐 17대 추락했고, 젊은 조종사 10여명이 순직했다. 그런데도 목숨을 담보한 임무수행은 계속된다. 언제까지 꽃다운 청춘들의 목숨을 영공에 바쳐야 할지 국민들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박병진 논설위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폐지 줍던 엄마 건물주로…가난 공포 ‘부동산’으로 지운 서인국·지디·조권
- 하루 2억원 벌던 전성기 사라진 자리, 편승엽이 5남매를 키워낸 방식
- 세금 다 냈는데 압류?…김사랑 아파트 논란이 보여준 ‘행정의 민낯’
- 감자밭 매던 소녀, 상금 3억 당구 여제로…‘캄보디아 김연아’ 피아비의 기적
- “2주에 한 번씩 병원 함께 갔다”…박미선 복귀 뒤엔 이봉원의 묵묵한 헌신
- “그 꼴은 못 본다”…탁재훈이 180억 배경 뒤로하고 예능 현장 지키는 이유
- ‘100만원’ 단칸방에서 80억대 집주인으로, 유해진 38년 노동의 성적표
- 10원에도 떨던 이준·황치열·김세정, ‘수십억’ 부모님집은 망설이지 않았다
- 홍어 6만 마리 손질에 감자탕 배달까지…박지현·김재중·이찬원, 부모님 도왔던 '효자 스타들'
- “안 버려줘서 고마워”…윤다훈, 딸이 완전히 바꿔놓은 아빠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