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종철이 추모제 빠져서 미안타..마지막 통화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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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심 어머니는 저의 사소한 일상사까지도 의논 드리고 조언을 구하는, 그런 어머니였습니다.
"엄니, 종철이 젯상에 밥이랑 국도 올릴까요?" "니 마음 가는대로 해라. 그런데 그노무 자슥 아침밥도 못 얻어 먹고 죽지 않았냐?".
배은심 어머니, 참 큰 어른이셨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어머니 아버지들께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찬 바닥에서, 혹 마지막일 수도 있는, 그리고 배은심 어머니께는 마지막이 되어 버린, 싸움을 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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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심 어머니는 저의 사소한 일상사까지도 의논 드리고 조언을 구하는, 그런 어머니였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뵙거나 통화를 했었지요. 바로 지난주 통화 때도 “병원밥 괜찮아요?” 하며 이런저런 얘기하다 “지난 삼십 몇년을 갔었는데 올해는 종철이 추모제 처음으로 빠지니 미안타” 하셨지요. “엄니, 종철이 젯상에 밥이랑 국도 올릴까요?” “니 마음 가는대로 해라. 그런데 그노무 자슥 아침밥도 못 얻어 먹고 죽지 않았냐?”. “아, 네…. 아버지(박정기)께는요?” “술 한 잔 올려 드리면 되지 않겠냐?” “네, 9일 추모제 끝내고 전화 드릴게요” “그래라~”.
그런데 끝내 전화를 드릴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대신 그날 영정 앞에서 소식 올렸습니다. 2018년 7월 박정기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 말씀이 “아따 아버지는 이리도 더울 때 가신다냐?” 그래서 “엄니, 한열이 때가 더 더워요.” 그리 응석을 부렸는데, 어머닌 무척이나 추운 날 골라서 가셨네요.
배은심 어머니, 참 큰 어른이셨습니다. 가슴에 자식을 묻고도 늘 더 아프게 죽은 자들, 더 고통받는 자들을 위로하시고 그들을 위해 싸우셨습니다. 한열이를 외쳐 부르기보다는 용산 열사들을, 세월호 희생자들을, 용균이를 더 목놓아 부르셨습니다. 그렇게 어머니는 한열이 가던 길을 걸으셨습니다. 남은 저희들은 서럽지만 그래도 그립던 한열이도 만나고, 한열이 아버지(이병섭·1995년 별세)도 보면서 좋아하실 어머니 생각하면 조금 위로가 됩니다.
그러고 보니, 내일(14일)이 동생 종철이 떠난 날입니다. 그날 그렇게 얼어붙은 강 바람에 자식 흩날려 보내고 박정기 아버지께서는 오래도록 참 많이 괴로워하셨습니다. 2년이 지나서야 초혼을 하여 무덤을 만들었지요.
그런데 유가협(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모이는 어르신들은 이리 말씀하십니다. “당신 자식은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지 않소.” 그러면 또 다른 분은 이러십니다. “에고, 그런 말 마소. 당신 자식은 주검이라도 찾았지.”
이렇게 상처 받은 어르신들이 같이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의지해 가며 지난 수십년 자식이 못다간 길을 걸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어머니 아버지들께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찬 바닥에서, 혹 마지막일 수도 있는, 그리고 배은심 어머니께는 마지막이 되어 버린, 싸움을 하고 계십니다. 23년째 국회 문턱에 막혀 있는 ‘민주유공자법 제정하라’ 외치고 계십니다. 이 엄동설한을 한 데서 지새울 작정이십니다. 오직 자식의 명예회복을 위해서….
‘셀프 입법’이니, ‘민주주의 장사’라느니, 한 술 더 떠 아예 대놓고 ‘우리가 예우 받을려고 민주화운동 한 게 아니다’라는 둥, 말하는 그 정치인들. 그들에게 감히 한 말씀 드립니다. 여러분이 진정 민주화운동에 헌신하셨다면 예우받을 자격 충분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다 해서,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을 국가유공자로 예우하고자 하는 그 길을 막지는 말아주십시요.
벌써 어머니가 보고 싶네요. 지난해 연말 민주유공자법 제정 위한 싸움 시작하면서 그러셨지요. ‘아직도 이러고 있는 게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마치 당신을 위해 법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 같아 부끄럽고, 아직도 죽은 자식들 명예회복을 못해줘서 미안하다는 그런 말씀이셨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열사 부모님들이 돌아가셨기에, 몇 분 남지 않은 어머니 아버지들께서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식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싸우고 계심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종부/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 박종철 열사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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