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당구로 투어 첫 2연승.. 쿠드롱은 '아내 바보' 일산 주민

이영빈 기자 입력 2022. 1. 13. 23:04 수정 2022. 1. 13.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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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당구 프레드릭 쿠드롱, 아내 아말 나자리가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부부끼리는 아무것도 가르치지 말라는 말이 있잖아요. 당구도 웬만하면 따로 쳐요.”

128명이 단판 토너먼트로 맞붙는 프로당구협회(PBA) 투어 대회 최초로 2연속 우승컵을 거머쥔 프레데릭 쿠드롱(54·벨기에)이 12일 아내 나자리(40·스페인)를 보며 활짝 웃었다. 쿠드롱은 작년 말 크라운해태 챔피언십 대회에 이어 지난 5일 NH농협카드 챔피언십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2개 대회 연속 정상에 오른 첫 PBA 선수가 됐다. 역대 우승 횟수도 4차례로 가장 많다. 아내 나자리 역시 LPBA(여자 프로당구) 투어 경기에 나서는 프로 선수다.

서울 우이동의 한 당구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웬만하면 당구를 따로 친다고 했지만, 사실 결혼하고 나서 경기가 더 잘 풀린다”며 웃었다. 2018년 포르투갈에서 열린 당구 월드컵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2019년에 결혼해 경기도 일산에 신혼 살림을 차렸다. 국내 프로당구협회가 주관하는, 세계 유일의 프로리그인 PBA 투어는 모두 한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코로나로 입·출국이 어려워지자 아예 한국에 집을 얻은 것이다. 나자리의 기량은 결혼 후 크게 늘었다. “남편이 옆에서 하는 걸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연습량도 전보다 늘었고요. 가끔 훈련을 같이 할 때가 있는데, 남편은 ‘그걸 왜 못 쳐?’ 하면서 의아해하더라고요. 저는 ‘이걸 어떻게 치지?’ 하면서 동시에 갸우뚱하고요.”

대회 때마다 이 부부의 ‘애정 세리머니’는 화제가 됐다. 쿠드롱은 지난 대회에서 우승하고 가장 먼저 관중석에 있는 아내를 찾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웃었고, 아내와 진한 포옹을 나눴다. 대회 중간엔 아내를 향해 ‘손가락 하트’를 들어 보였다. 나자리도 자체 제작한 플래카드를 들며 응원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쿠드롱의 얼굴과 함께 역대 최고 선수를 뜻하는 ‘GOAT(Greatest Of All Time)’라고 적힌 플래카드다.

한국에서 신혼 생활을 하는 이 부부는 요즘 ‘한국 마트’에 빠졌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것 중 하나는 마트예요. 정말 없는 게 없어요.”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쿠드롱은 마트에서 파는 치킨, 양념 소갈비를 좋아한다. “요즘은 마트에서 고기와 채소를 사다가 뭉근히 끓여내는 모로코식 국물 요리를 자주 해먹어요. 아침과 저녁은 무조건 아내와 집에서 만들어 먹죠.”

쿠드롱은 1990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로 지금까지 정상급 기량을 꾸준히 유지 중이다. “비결은 건강입니다. 몸이 건강해야 꾸준히 할 수 있어요.” 쿠드롱은 술⋅담배를 일절 하지 않고, 아무리 피곤해도 하루에 1~2시간은 무조건 산책을 한다. “다행히 한국은 치안이 좋아 늦은 밤에 나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죠. 다만 요즘 한국은 벨기에와 스페인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추워요. 가끔 러시아보다 추운 것 같아요.”

‘당구가 왜 재미있느냐’는 질문에 쿠드롱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당구에 대해 길게 얘기했다. 나자리는 “쿠드롱”이라는 한 단어로 답했다. 쿠드롱이 머쓱해하자 나자리가 사랑스럽게 그의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당구대에선 무서울 만큼 압도적인 쿠드롱이지만, 아내에겐 그저 귀여운 남편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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