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서방과 안보협상 실패시 쿠바에 군사인프라 배치할 수도"
[경향신문]
러시아가 미국과의 긴장이 지속될 경우 미국과 멀지 않은 쿠바나 베네수엘라에 군사 자산을 배치하는 방안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서방의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러시아가 기선 제압 차원에서 ‘초강수’를 둘 수 있다고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어 방송 RTVi와의 인터뷰에서 쿠바나 베네수엘라의 러시아 군사 자산을 배치할 가능성에 대해 즉답을 피한 채 “모든 것은 미국 동료들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나토 확장 중단 등과 같은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안을 수용할 것을 압박한 발언으로 읽힌다. 러시아의 요구를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쿠바, 베네수엘라 등 미국의 ‘뒷마당’으로 간주되는 지역에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우리는 이를(군사적 해결을) 원치 않으며 외교관들이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며 추가 협상 의지는 내비쳤다. 미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배치한 10만명 규모 병력을 즉각 철수할 것을 촉구하자, 러시아는 나토 동진 금지를 법적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랴브코프는 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과의 전략안정대화에 협상대표로 참석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미 미국이 러시아를 자극하고 군사적 압박을 가할 경우 러시아 해군 등도 군사기술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밝혔다고 강조했다.
미·러, 나토·러 협상에 이어 이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상임 이사회에서도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이 협상을 벌였지만,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은 전했다. OSCE 주재 러시아 대사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는 “러시아와 미국, 나토 간의 내실 있는 안전보장 협상 과정을 질질끌거나 무의미한 쳇바퀴식 의견 교환 수준으로 유명무실하게 만들려는 시도는 모든 국가의 안전 상황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합당한 시한 내에 우리의 제안에 대한 건설적 해답을 받지 못하고, 러시아에 대한 공세적 노선이 지속될 경우, 러시아는 불가피하게 전략적 균형 확보와 국가 안보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위협 제거를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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