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로 뽑은 착한 프랜차이즈..점주들 "현장을 보고 판단해달라"
[경향신문]
공정위·조정원, 판촉비 감면 등 ‘상생협력’ 가맹본부 100곳 선정
정책자금 대출 등 혜택…현장선 “원래 없던 광고비 만든 뒤 깎아”
서울에서 6년째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42)는 매달 매출액의 0.5%를 광고비로 낸다. 2년 전 가맹본부가 광고비를 내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다. 당시 월 매출이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던 A씨는 광고비 지급을 거부했다. 하지만 가맹본부는 ‘전체 가맹점의 70%가 광고비 부담에 동의했으니 광고비를 내야 한다’고 강요했다. 법무팀의 법적 검토를 거쳤다는 가맹본부의 ‘경고’에 A씨를 비롯해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가맹점주들도 광고비를 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거래조정원은 13일 전문가 심사를 거쳐 2021년 가맹본부 100곳이 착한 프랜차이즈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A씨가 가맹계약을 맺은 가맹본부도 정부로부터 ‘상생협력’ 인증을 받은 ‘착한 프랜차이즈’다. 착한 프랜차이즈는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맹점주에게 광고·판촉비를 깎아주는 등 상생협력에 힘쓴 가맹본부에 정부가 부여하는 호칭이다. 하지만 가맹본부의 신청과 서류 심사를 통해 결정되는 ‘착한 프랜차이즈’ 선정 기준이 실제 가맹점주들의 체감과는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착한 프랜차이즈에 선정된 가맹본부에는 각종 혜택이 돌아간다. 저금리로 정책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신용보증기금 보증료도 인하된다. 공정거래협약 이행 평가에서 ‘우수’ 이상의 등급을 받은 가맹본부는 직권조사 면제 등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정부 인증 ‘착한 프랜차이즈’ 마크를 활용한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착한 프랜차이즈 선정은 가맹본부가 제출한 가맹 계약서와 정보공개서 등 주로 ‘서류’ 심사를 통해 이뤄진다. 선정 요건도 까다롭지 않다. 로열티 2개월 50% 이상 인하, 광고·판촉비 2개월간 20% 이상 감면, 상생협력 전담부서 설치 등 7가지 요건 가운데 하나만 충족하면 된다. 가맹본부가 거래상 지위가 낮은 가맹점주에게 비용 부담을 강요한 뒤 ‘생색내기’ 인하를 해도 착한 프랜차이즈로 선정될 수 있는 구조다.
공정거래조정원 관계자는 “가맹본부 자료에 기재된 내용을 검토해 확인서를 발급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 강요가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갑질’ 가맹본부의 착한 프랜차이즈 선정 소식을 들은 가맹점주들의 속내는 착잡하다. A씨는 “원래 없었던 광고비를 강제로 내게 한 뒤에 일부를 깎아준 것인데 그걸 착한 프랜차이즈라고 할 수 있느냐”며 “가맹본부 얘기만 듣지 말고 직접현장에서 가맹점주들이 처한 상황을 보고 착한지 아닌지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현행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에게 광고비 등 비용 부담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공정거래 분야 사건을 주로 다루는 박제연 변호사(법무법인 여정)는 “가맹점주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비용을 부과했다면 불공정 거래 소지가 있다”며 “착한 프랜차이즈 제도를 통해 가맹본부가 실질적인 혜택을 보는 만큼 세밀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착한프랜차이즈 선정을 위해 가맹점주와 통화를 하고 현장실사도 한다”며 “이 과정에서 결격 사유가 있는 가맹본부는 선정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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