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나토 협상도 평행선..서방 '에너지 무기화' 대응 마련 나서

박효재·정원식 기자 2022. 1. 1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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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천연가스 공급 차단 대비해
카타르 등 대체 수급처 물색
우크라 사태 계기로 다변화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을 위한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간 협상이 예측대로 다시 한번 평행선을 긋고 끝났다. 다만 양측 모두 추가협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미국과 유럽국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시 가해질 미국 주도의 경제 제재에 반발해 ‘에너지 무기화’를 시도할 가능성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나토와 러시아는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나토·러시아위원회(NRC)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위기 해소 방안과 유럽·러시아의 안보 문제 등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나토는 동진 포기 약속을 문서로 보장해달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배치한 병력 철수를 약속하지 않았다.

서로의 입장차만 또 한 번 확인한 것이다. 다만 AP통신은 “러시아 대표단이 자신들의 주요 제안이 거부됐는데도 회의장을 나가지 않고 향후 회담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유럽국들은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할 경우에 대비한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미국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의 에너지 생산과 관련된 미국의 기술 수출 제한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생산 및 수출 능력 자체를 떨어뜨려 러시아가 천연가스 감산 및 공급 차단으로 천연가스 가격을 올리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유럽국들은 전체 가스의 약 35%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할 만큼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줄이거나 아예 차단한다면 유럽 경제 전반에 타격이 될 수 있다. 특히 난방 등으로 전기 수요가 많은 겨울철에 가스 공급 차단은 가계와 산업의 전기료를 비롯해 각종 물가의 동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유럽국들의 천연가스 수급처가 다변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관련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평균 이상의 천연가스 재고분을 보유한 아시아 일부 국가들, 유럽 내 액화천연가스(LNG) 주요 생산국인 노르웨이를 비롯해 네덜란드, 이탈리아, 카타르 등도 대체 가스 수급처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세계 1위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이 직접 나설 가능성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전체 가스 수요의 22%를 책임지며 카타르, 호주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러시아에서 독일을 직접 연결하는 가스관인 ‘노르트 스트림 2’를 제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의 입법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오랫동안 반대해 온 ‘노르트 스트림 2’는 최근 공사 마무리 단계로 독일 정부로부터 환경영향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박효재·정원식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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