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리 비운 사이, 중동과 거리 좁히는 중국
[경향신문]
걸프국 관료들 첫 단체 방중
FTA 협상 재개 등 협력 강화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오만·바레인 외무장관을 비롯해 걸프협력회의(GCC) 사무총장까지 주요 걸프국 관료들이 모두 나선 중국 방문 일정이 14일 마무리된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하며 중동과 거리를 두는 사이 중국이 빈틈을 파고들며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GCC 회원국 관료들이 단체로 중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걸프국 관료들은 중국과 무역 및 안보 부문 협력 증진을 위한 회담을 잇따라 열었다. 앞서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등은 이번 방중으로 중국과 GCC 간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했다. 해당 협상은 2004년부터 시작됐지만 거듭 중단됐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중국 외교부는 GCC 회원국 장관들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과 GCC가 FTA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장쑤성 우시에서 나예프 알 하즈라프 GCC 사무총장과 만나 양측 FTA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자는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GCC 일부 국가들은 중국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으로 양측의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사우디 외무장관인 파이살 빈파르한 왕자는 10일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할 당시 “사우디는 늘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에 반대해왔다”면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고히 지지하며 신장 위구르 지역 등 인권 이슈 관련해서도 중국의 정당한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GCC와 중국의 밀착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걸프국들은 미국 외 지역으로 원유 판매처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고, 안보 측면에서도 중동지역에서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막아줄 다른 강대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GCC가 시아파 맹주국으로 경쟁관계인 이란과도 사이가 좋은 중국을 끌어들여 중동에서 힘의 균형을 맞추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으로서도 에너지 수급처를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GCC와의 협력이 이득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는 “중국에서 셰일오일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안전하게 추출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걸프지역 석유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은 주요 천연가스 공급국인 카자흐스탄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 사태에서 에너지 안보 위협을 느꼈을 것이고 그만큼 GCC와의 우호적인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갈수록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 철수한 것을 계기로 중국과 중동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서로 통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이 중동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중동지역 전문가는 “이란이 미국, 서구 국가들과 핵협상 타결에 근접한 상황에서 중국과 계속 끈끈한 관계를 가져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면서 “이란은 결국 미국·유럽과 상대하고 싶어 할 것이고 GCC 국가들만 다급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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