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공정위에 쓴소리.."공정거래 정책, 탄력적 운영해야"

강해령 기자 2022. 1. 1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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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공정위에 쓴소리]
M&A 심사 등 까다로운 규제
시장 탄력 대응 걸림돌로 작용
"시장 재편..불리한 점 없어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서울경제]

최태원(사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앞에서 글로벌 기업과 맞서는 국내 기업이 불리해지지 않도록 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최 회장은 13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강연 인사말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국이 공정 거래 정책을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세계적으로 산업과 시장의 판도가 급격히 재편되는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세계 시장의 공급자가 되느냐, 수요자가 되느냐에 따라 국가의 명운이 크게 엇갈릴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점이 없도록 공정 거래 정책의 탄력적 운영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태원(오른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해 개최한 정책 강연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회장의 이번 발언 키워드는 ‘탄력 운영’이다. 업계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타이트한 규제가 국내 기업들 간 기업 결합이나 신규 플랫폼 사업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최 회장은 공정위에 융통성 있는 의사 결정으로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해 달라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2022년 비전을 소개하며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 행위 감시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 및 대기업 부당 거래 제재 △기업 결합으로 발생하는 독점화 제재 등으로 공정 경쟁이 가능한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 회장 발언대로 공정위의 방향성이 국내 기업들이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을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산업계에서 시도되고 있는 대기업 간 결합이 공정위의 까다로운 심사 절차로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예가 대표적이다. 양 사가 추진해오던 인수합병(M&A)은 끝내 결렬됐다. 공정위가 양 사의 M&A 심사를 유예한 가운데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최종 반대로 입장을 정리하면서다. 이로써 공정위는 저가 수주, 과당 경쟁의 원인으로 꼽혔던 국내 조선 업계의 빅3 체제를 빅2 체제로 개편할 절호의 기회에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U 경쟁 당국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독과점을 우려하며 양 사의 M&A를 막을 것이라는 우려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나서 먼저 합병 결론을 내줘 양 사의 M&A 당위성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화두가 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 결합도 지지부진하다. 양 사 통합은 공정위가 심사 1년 만에 조건부 승인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9부 능선은 넘었다. 하지만 당국은 1년 넘게 시간을 끌고도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데다 통합 이후에도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한 조건을 내걸었다.

공정위는 이달 말 전원회의를 열고 조건부 승인을 위한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만 조건부 승인을 담은 공정위 심사 보고서에 슬롯 반납과 운수권 재분배와 같이 경쟁 제한성 해소를 위한 구조적 조치들이 부각된 점은 부담이다. 세계 10위권 글로벌 네트워크 항공사의 등장이라는 초기 목표 달성이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위가 ‘디지털 공정 경제’를 내세우며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추진하는 것도 기업에는 부담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 간 의무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교부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인데 빅데이터가 핵심인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영업 비밀을 공개하게 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국 플랫폼을 규제한다고 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와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종합한 최 회장은 공정위에 융통성 있는 정책을 만들어 달라는 의견을 직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해령 기자 hr@sedaily.com임진혁 기자 liberal@sedaily.com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김지희 기자 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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