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복원 중인 1급수, 석분으로 오염"..함양~산청 가스관 공사 '시끌' [현장에서]
[경향신문]
경남에서 천연가스 배관공사로 ‘쉬리’ 등이 서식하는 1급수 하천이 오염되고 있다며 시민단체가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행사와 허가 관청은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0일 경남 함양군 유림면과 산청군 금서면의 경계에 있는 폭 200m가량의 ‘임천(엄천강)’ 서주보 아래에서는 가스관 매설공사가 시민단체의 공사 중단 요구에도 강행되고 있었다.
내달 중순까지 관로 매설공사를 완료하기 위해 굴착기·기중기 등 중장비가 동원돼 막바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50대 주민 A씨는 “이곳은 철이 되면 은어·꺽지 낚시꾼들이 몰려드는 곳으로 유명하다”며 “최근 굴착작업으로 나온 돌가루(석분) 때문에 하천 오염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60대인 B씨는 “석분 오염 상태가 어떤지 하천을 보면 한눈에 알 것”이라며 “물고기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공사장 하류 쪽을 살펴보니 하천의 돌 위에 흰색 석분이 덮여 있고 하천 가장자리에는 돌가루가 가라앉아 있었다.
이 공사는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했고, 경남기업이 시공을 맡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250억원을 들여 2019년 6월부터 다음달 중순까지 함양군 함양읍 가스공급기지에서 산청군 금서면 매촌리까지 총 19.5㎞ 구간을 연결하는 천연가스 배관공사를 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곳은 전체 공사구간 중 ‘임천’ 구간(236m)이다. 임천 구간은 ‘세미실드’(지하 터널) 공법으로 횡단하게 된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공사 중 암반으로 굴착장비가 고장 나 하천 중간에서 멈추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땅을 파헤쳐 가스관로를 매설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석분이 유출돼 하천 일대가 희뿌연 상태로 변하고 있다. 석분 침전물은 물고기 아가미 호흡에 치명적이고 부착 조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임천 서주보 3㎞ 하류에는 2019년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얼룩새코미꾸리와 여울마자를 방류한 증식·복원지가 있다. 이로 인해 함양 시민단체협의회는 “현재 희뿌연 물이 하류로 흘러가고 석분 침전물이 하천 바닥에 엉겨붙어 물속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가스공사의 책임 있는 현장 대처, 함양군의 관리·감독, 환경부의 보호대책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7일부터 하천에 오염물 여과장치 시설을 설치·가동해 현재는 석분으로 인한 추가 오염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산청 지역민들이 하루빨리 도시가스 공급을 받기를 바라는 만큼 공사를 중단할 수 없다”며 “주민과 시민단체, 공사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설명회를 열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관공사 허가 관청인 함양군 관계자는 “하천 생태계 보호를 위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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