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된 '메가 조선소'..현대重·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최종 무산

서종갑 기자 2022. 1. 13. 21:1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U 경쟁당국 LNG선 독과점 우려 불허
韓, 전세계 발주 LNG선 89% 싹쓸이
한국조선해양은, 무산 영향 적을 전망
투자 예정금 2조 5,000억 미래 투자
결합 주도한 산은, 발등에 불 떨어져
대조양, 재무 구조·새주인 찾기 부담
포스코·한화·효성 등 인수 후보 거론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LNG 운반선이 시운전하고 있다./사진 제공=한국조선해양
[서울경제]

한국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됐던 현대중공업(329180)그룹의 대우조선해양(042660) 기업결합이 사실상 무산됐다. ‘메가 조선소’ 탄생의 꿈이 물거품된 것이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독과점 우려를 들며 결합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은 ‘플랜 B’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여정에 다시 오르게 됐다.

13일(현지시간) EU 경쟁당국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을 최종 불허했다. 대형 고객사가 포진한 EU에서 불가 결정을 내리면서 양사의 합병은 사실상 무산됐다. EU 경쟁당국은 2019년 3월 이후 3년 가량 끌어왔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은 EU 외에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으로부터 무조건 승인을 받았다. EU와 일본, 한국의 승인을 기다리던 중 EU에서 최종 불승인 결론이 나온 것이다. EU가 승인을 불허하며 한국과 일본 경쟁당국은 인수가 불발된 것으로 보고 아예 결정을 내리지 않을 전망이다.

EU가 양사 결합을 반대하는 건 LNG 운반선 독점 때문이다. 한국은 전 세계 LNG 운반선을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다. 2019년(94%), 2020년(73%), 2021년(89%) 등 전 세계 발주량의 대부분을 국내 조선 3사가 휩쓸고 있다. 삼성중공업을 제외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수주량만 따져도 세계 발주량의 60% 수준이다. EU는 양사 합병으로 LNG 운반선 가격이 오를 경우 가뜩이나 상승 추세인 LNG 가격이 치솟을 걸 우려해 결합을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

양사 기업결합 무산으로 인한 단기 영향은 적을 전망이다. 세계 물동량 증가,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 등이 이어지며 발주가 꾸준히 이어지는 추세라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선박 발주가 둔화될 경우 한국 조선업 경쟁력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양사의 결합은 빅3 체제인 한국 조선업계의 과당 경쟁을 막을 해결책으로 꼽혔다. 그러나 빅3 체제가 유지되는 한 수주 침체기에 과당 경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재무 상황이 취약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위기가 재발 우려가 나온다.

한국조선해양의 충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인수 확정 시 대우조선해양 유상증자에 참여, 1조 5,000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었다. 또 필요 시 추가로 1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수가 무산되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총 2조 5,000억 원의 지출을 막게 됐다. 이를 자율운항 선박·수소 생태계 조성·로보틱스 육성 등 신성장 사업 재원으로 돌릴 여유가 생긴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다. 인수 불발 시 1조 5,000억 원 지원을 받지 못하게 돼 재무구조 불확실성이 커진다. 작년 3분기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297.3%로 높아졌다. 새로운 인수 주체를 찾아나서야 하는 과제도 떠안는다.

이제 공은 산은으로 넘어갔다. 2019년 조선업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양사의 기업결합을 주도한 건 산은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당시 양사 합병이 잘못되면 회장직을 내려놓을 각오로 임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산은 입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을 계속 가지고 있자니 과거 트라우마가 부담이 되고 새로운 인수 후보를 찾는 것도 만만찮은 상황에 처했다.

지난 2008년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넘기려 했다 무산된 적이 있다. 한화그룹은 매각 대금을 깎아주거나 분할 납부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산은이 거부했고 매각은 무위로 돌아갔다. 이후 2010년 중반 조선업 침체기가 왔고 대우조선해양은 조 단위 손실을 내며 산은은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혹 떼려다 다시 혹 붙인 격’인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서두를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다시 시장에 나올 경우 인수 후보군은 포스코, 한화, 효성 등이 거론된다. 이들 그룹은 대우조선해양과 사업 연계가 가능한 대기업. EU가 독과점을 이유로 반대한 만큼 삼성중공업과의 합병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인수 후보군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 악화 등을 고려해 인수를 최종 결정할 전망이다. 긍정적인 점은 선박 시장 업황이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이날 EU 경쟁당국 결정이 비합리적이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사 간 시장 점유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LNG선 화물창 라이선스를 보유한 조선소가 전 세계 30개 이상에 달하는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입찰 경쟁에 뛰어들 수 있어 특정 업체 독점은 어렵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설명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향후 최종 결정문을 검토한 후 EU 법원을 통한 시정요구 등 가능한 대응 방안을 종합 마련할 계획이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