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연된 건축계 하도급 폐해, 원청 책임 엄중히 물어야

2022. 1. 1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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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붕괴 사고 사흘째인 13일 구조대가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14분쯤 지하 1층에서 사고 당시 실종된 노동자 6명 중 1명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발견됐다. 한수빈 기자

고용노동부가 13일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와 관련해 원청업체인 현대산업개발의 현장책임자와 콘크리트 골조업체 현장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도 전날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한 데 이어 철근 콘크리트 공사를 시공한 하청업체 3곳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원청업체와 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밝히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초 조사 결과, 원인은 역시 부실공사 쪽을 지목하고 있다. 이날 시공업체가 찍어 공개한 영상 자료에는 사고 10분 전 문제의 건물 최상층 39층 바닥에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하던 중 거푸집이 주저앉는 모습이 들어 있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고 추위에도 무리한 공사가 강행된 정황으로 볼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이번 공사에서 불법 하도급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황으로 볼 때 저가 수주, 공사비 후려치기, 불법 재하도급 등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병폐가 되풀이되었을 개연성이 높다.

정부는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특별점검에 들어가고, 광주시는 이 회사의 공공사업 참여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광주 동구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참사에 이어 7개월 만에 대형 안전사고를 반복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약속대로 현장 안전 강화를 했는지 의심스럽다. 학동 참사 당시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중 구속된 사람은 현장소장 1명뿐이었다. 사고 책임을 하청업체가 떠안고, 원청은 꼬리 자르기식 처벌에 그친다면 대형 참사 재발을 막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경향신문 취재에 따르면, 산업재해 책임자를 검찰이 구속하거나 법원이 실형을 선고한 사건은 전체의 1%에 못 미쳤다. 2020년 검찰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사법처리한 피의자 9916명 중 구속 기소는 2명(0.02%)에 불과했다. 판결도 집행유예가 다수였고, 원청은 처벌을 피하고 하청업체만 처벌받고 있음이 드러났다. 원청의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고 처벌도 미약한 것이 건축계 참사를 반복하는 원인임을 보여준다.

안전의 최종 책임은 원청업체에 있다. 원청의 관리감독 책임을 강화하고 부실을 엄단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지난해 도급 순위 9위, 재계 순위 28위의 대기업인 현대산업개발이 이럴진대 다른 현장의 안전은 볼 것도 없다. 당국은 부실시공, 안전수칙 위반 여부뿐 아니라 하청 공사계약 구조와 원청업체의 관리감독 책임 등을 낱낱이 따져봐야 한다. 원청의 안전 책임을 엄중히 묻는 당국의 조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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