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따라 빗나간 세수 예측, 이러고도 재정 효율화 말하나
[경향신문]
정부 세수 예측이 또 빗나가 재정 운용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13일 발표한 재정동향을 보면 지난해 1~11월 국세수입은 323조4000억원으로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연간 세수 전망치를 9조1000억원 초과했다. 12월 국세수입은 전년과 같은 18조원으로 예상돼 연간 세수는 341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되면 초과세수는 본예산 대비 58조원을 넘어선다. 초과세수 오차율은 20%를 웃돌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과 부동산값 상승,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지난해 경기 변동성이 컸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정부의 예측 오차 범위는 지나치게 크다. 2차 추경 때 초과세수를 31조6000억원으로 잡았다가 4개월 뒤인 11월 19조원 더 늘린 50조원으로 변경했다. 두 차례 세수 전망을 수정하고도 두 달 만에 8조원가량 더 늘어나게 됐다. 재정당국이 경기 변화를 예측하지 못해 세수를 엉터리로 전망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세수 예측 실패는 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없게 만든다. 초과세수는 재정에 여력이 있어도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쓸 수 없게 묶어두는 결과를 초래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피해 지원은 하루가 급하다. 하지만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추경을 편성하는 등 우회 절차를 거쳐야 한다. 초과세수는 지방교부와 국채상환 등에 우선 쓰도록 규정돼 곧바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예측한 것보다 세수가 적은 결손 상황에서도 재정건전성이 악화하고 지출이 제약될 수 있다.
오차율이 20%대에 이르는 엉터리 세수 예측에 대해 재정당국은 반성하고 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세수 분석 모형을 공개해 검증을 받거나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강화하는 등 예측 정확도를 높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재정건전성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재정당국이 의도적으로 세수 전망을 적게 잡은 것은 아닌지도 성찰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참모회의에서 “세수 추계에 오차가 발생한 것은 아쉽다”면서 “초과세수를 활용해 방역 장기화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 수 있는 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여당의 추경 편성 요구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기왕 대규모 초과세수로 재정에 여력이 생긴 만큼 추경을 통해 한계상황에 몰리고 있는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 적극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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