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소녀들의 삶과 애환 희망의 '미싱' 바퀴를 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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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공들은 또래 학생들을 부러워했다.
70, 80년대 독재정권들은 경제성장을 자랑하지만 그 눈부신 발전의 이면에는 인권과 청춘, 삶을 희생당한 여공들이 있었다.
그 시절, 노동운동의 주역들은 여공이었다.
지금은 노년에 이른 그때 그 시절의 여공들은 세대를 뛰어넘는 화해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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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 눈부신 경제발전의 이면
14명 여공들의 추억·증언 바탕으로
인권·청춘 희생 당한 아픈 삶 그려
억울한 세상 '잘 살았다' 스스로 위로
세대 뛰어넘은 화해의 용기 큰 울림
여공들은 또래 학생들을 부러워했다. 하얀 세일러칼라 교복 차림에 책가방을 든 여학생을 보면서 자신들의 처지를 돌아보았다.
1977년 조사에 따르면 구로공단 여공들의 절반이 초등학교만 나왔고, 70%는 농촌 출신이었다. 공단 측은 노동력을 충당하고 노사관계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산업체부설학교를 세웠지만 혜택을 받은 이들은 전체 여공의 10분의 1도 안 됐다. 그나마 대규모 공단 여공만 해당되었고, 전국에 산재한 중소기업 여공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게다가 기업들은 야간학교에 다니게 해주는 것을 특혜처럼 여겨 ‘말 잘 듣는, 마음에 드는 여공’만 골라 보내기도 했다.
그 시절, 노동운동의 주역들은 여공이었다. 남성 노동자 대부분은 방관하거나 심지어 자본과 권력의 편에 서기까지 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왜 여성들이 노동운동의 주역으로 나섰던 것일까. 독재체제 아래 제대로 된 노동조합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성적으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로 차별받는 여공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동운동의 길을 스스로 열어가야 했다. 생존의 몸부림이었다.
유신체제는 당시 유일한 노동조직이었던 한국노총을 어용화해 노동운동하는 여공들을 빨갱이로 몰아 구속시키는 등 탄압을 가했다. 이에 경공업 중심의 여공들이 민주노조운동의 선봉에 섰다. 1970년 전태일 열사 분신 2주 뒤인 11월 27일 청계피복 노조 결성을 시작으로 72년 원풍모방과 동일방직, 이듬해 콘트롤데이타, 74년 반도상사, 75년 YH무역 노조가 만들어졌다. 특히 청계피복 노조는 창립 조합원 560명의 대다수가 여성노동자였다. 이들 노조는 독자적인 교육기관부터 설치했다. 청계피복 노조의 ‘노동교실’, YH무역 노조의 ‘녹지야학’이 유명하다.
7번 시다 혹은 1번 미싱사 등 항상 번호로만 불렸던 여공들은 ‘노동교실’에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연대했다. 여기서 ‘근로기준법’을 통해 부당하고 열악한 노동 환경을 깨달았고, 통장을 개설하는 법과 한자로 이름 쓰기 등 어느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생활 필수사항들을 익혔다.
영화는 무겁거나 어둡지 않다. 선동하지도 않는다. 주변의 진솔한 이야기들이어서 공감하기 쉽다. 억울한 세상 몹시 힘겨웠지만 ‘바르게 잘 살아왔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괜찮다’고 보듬어주는 용서가 가슴을 친다. 지금은 노년에 이른 그때 그 시절의 여공들은 세대를 뛰어넘는 화해를 보여준다. 진정한 용기다. 이미 삶을 넉넉하게 부릴 줄 아는 거인이 되어 있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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