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야 콘크리트 더미서 1명 발견..다른 이들은 어디에?

김용희 2022. 1. 13. 20: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내시경 카메라에 잡힌 지하 1층 매몰자
육안 확인 어려워 신원·생사 확인 안 돼
13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중장비가 구조 작업에 투입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광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노동자 6명이 실종된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3일째 수색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한명이 매몰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매몰자가 콘크리트 더미 속에 갇혀 있어 구조에 난항을 겪으면서 가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지하 1층에서 실종자 발견…구조는 난항

광주시재난안전대책본부(대책본부)는 13일 오전 11시14분께 내시경 카메라 등을 활용해 붕괴 건물 지하 1층 계단 난간 쪽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사람 한명을 발견했다. 하지만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아 생사와 신원은 파악하지 못했다. 대책본부는 실종자 위에 쌓인 콘크리트 더미가 무거워 인력으로 제거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굴착기 등 중장비를 동원하기 위해 해당 아파트단지 가림막을 제거하는 등 진입로를 확보했다.

매몰자 발견 소식을 들은 실종자 가족들은 대책본부를 찾아 현장 확인을 요청했지만 안전상 이유로 불허됐다. 한때 희생자 신원이 확인됐다는 소식에 일부 가족이 오열하기도 했지만 오해로 빚어진 일이었다. 대책본부는 오후 4시부터 가족 요청을 받아들여 사고 현장 내부를 공개했으며 야간에도 수색 및 구조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대책본부는 전날 구조견이 이상 물체를 탐지했다는 신호를 보낸 26~28층을 포함해 붕괴가 일어난 23~38층을 무인 굴착기, 드론 등을 활용해 수색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이날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별도 구조팀 10명을 현장에 투입해 지원에 나섰다.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안전망 설치 등 작업도 진행됐다. 현대산업개발은 1500t 규모의 타워크레인을 추가 설치해 접근이 어려운 상층부 수색을 지원할 예정이다.

실종자가족대책위원회(가칭)는 이날 가족들이 각자 실종자에게 전화를 걸던 중 창틀 실리콘 작업을 했던 실종자의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이 들렸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전화 벨소리를 이용해 실종자를 찾자고 대책본부 쪽에 요청했고 대책본부는 기계적 오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매형이 실종됐다고 밝힌 대책위 임시대표 안정호(45)씨는 안전한 수색을 주문하며 “실종자 가족들은 빠른 구조를 원하지만 추가 인명피해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노동자 6명이 실종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에서 사고 발생 사흘 만에 매몰자 1명이 발견된 13일 오후 추운 날씨에 눈까지 오는 악조건 속에서 수색대원과 구조견이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광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용섭 시장 “전면 철거할 수도” 강수

경찰은 전날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49)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한 데 이어 같은 날 콘크리트 납품, 시공 하청업체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접근이 가능해지면 현장사무소도 압수수색할 예정이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도 전날 현장소장과 콘크리트 시공업체 현장소장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붕괴사고 현장인 화정현대아이파크 201동 처리에도 시선이 쏠린다. 이 건물은 상부층 내부와 외벽이 무너져 내린 뒤 남쪽 벽 한면만 위태롭게 서 있는 상황이어서 추가 붕괴마저 우려된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오전 현장 브리핑에서 “전문가들과 철저히 점검해 건물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건물 전면 철거 뒤 재시공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 점검과 안전성 미확보라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40층 가까이 올라간 건물을 전면 철거할 수 있다는 ‘강수’를 언급한 셈이다.

전문가 의견은 철거와 보강으로 갈린다. 39층 가운데 상부 16개 층이 일시에 우르르 무너져 내린 건설사상 초유의 참사인 만큼 전면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벨트층인 23층 이하 하부는 아직 멀쩡해 보이는 만큼 하부부터 정밀안전진단을 벌인 뒤 구조 보강 작업을 하고 상부를 다시 지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안전진단 결과가 중요하다”며 “구조적 안전, 입주민 태도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입주예정자들은 붕괴 건물뿐 아니라 2개 단지 8개 동을 모두 철거하고 다시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누군들 무서워서 들어가 살겠느냐”며 “다시 지어도 초고층이 한꺼번에 무너진 기억을 떨쳐버리기 어려울 듯하다”고 불안해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금은 실종자 구조와 수색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며 “사고가 어느 정도 수습되면 이후 구조전문가의 안전진단을 거쳐 대책을 내놓겠다”며 몸을 낮춘 채 즉답을 피했다.

앞서 11일 오후 3시46분께 신축공사 중인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201동 23~38층 외벽이 무너지며 28~34층에서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6명이 실종됐다.

김용희 김윤주 안관옥 기자 kimyh@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