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중심 전략은 어떻게?.."창업 첫날처럼"
[IT동아 정연호 기자]
“제프 베이조스의 이메일(jeff@amazon.com)은 누구에게나 공개돼 있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고객의 소리를 듣기 위해 이메일을 공개했다. 고객이 아마존을 이용하면서 느낀 불편함을 적어 보내면, 그는 꼼꼼히 읽은 뒤 해당 서비스 담당자에게 메일을 전달했다. 메일 윗부분에 ‘?’ 하나만 붙여진 채 보내진 메일을 받은 직원은 문제를 최대한 빨리 조사하고 베이조스에게 답변해야 했다.
이러한 베이조스의 경영 철학은 ‘첫날(DAY1)’ 정신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지난 20년 동안 오늘이 아마존의 첫날(DAY1)이라고 말해왔다”면서, 창업 첫날의 마음을 늘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비스를 기획하고 출시할 때 다른 무엇보다 고객을 우선하는 ‘고객 중심 사고’를 말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고객 중심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직도 제품을 먼저 만들고 시장을 찾는다면, 조직 변화가 시급하다. 고객이 불편하다고 느끼거나,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한 ‘욕구’를 날카롭게 파악해야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살아남는다.
이커머스 업계 후발주자였던 쿠팡은 '더 빨리 물건을 받고자 하는' 고객 욕구를 해결한 로켓배송으로 고객 만족도를 크게 높였다. 플랫폼만 제공하는 오픈마켓 대신, 물건을 직접 구매해 물류창고에 보관하는 직매입 모델을 도입해 배송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마켓컬리가 신선한 음식을 빨리 받기를 원하는 고객 욕구를 발견하고, 이를 새벽배송으로 배송하고 있다.
스타트업 데이원컴퍼니(구 패스트캠퍼스)도 창업교육으로 시작했지만, ‘아마존 첫날(DAY1)’ 정신을 생각하며 커리큘럼을 전폭적으로 수정했다. 수강자가 창업 준비자보단 직장인 위주라서, 현장 실무자에 의한 실무 교육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사내독립기업(CIC,Company-In-Company)체제를 도입하면서,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스노우볼CIC는 온라인 강의를 완강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해 환급 제도를 활용한 과정을 개발했다.레모네이드CIC는 부담 없이 외국어를 배우는 하루 10분 분량의 ‘가벼운 학습지’를 기획했다.
넷플릭스는 고객 중심 경험을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과감하게 바꾼 사례로 꼽힌다. 초기 넷플릭스는 구독료를 내면 DVD를 배달해주는 온라인 DVD 대여점으로 시작했다. 구독료 낸 고객은 연체료를 물지 않고 무제한으로 DVD를 이용하고, 영상을 다 본 다음에 반납하면 됐다. 이후로 스트리밍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넷플릭스는 ‘광고 없이 영상을 보길 원하는’ 고객 욕구를 발견했다. 그리고 광고 없는 영상 스트리밍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장에서 고객을 관찰해라”
고객이 원하는 걸 알려면, 기업은 현장에서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고객을 인터뷰하거나 설문조사 하면서, 회사와 제품, 서비스 전반에 대한 만족도를 묻고 이용 행태를 분석해야 한다. 이때, 고객이 어떤 반응을 하는지 그리고 욕구가 무엇인지를 관찰해야 한다. 고객은 생각 그대로를 답하지 않을 수 있으니, 빅데이터와 시장 트렌드 리서치 등으로 보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초기의 승차 공유 서비스 타다가 핫할 수 있던 이유는 고객의 미충족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기존 택시에선 고객은 ‘승차 거부’, ‘택시 기사와의 불편한 대화’ 등 불쾌한 일을 겪는 일이 많았다. 타다는 승차 거부 없이 차량을 배차하고, 쾌적하고 넓은 실내환경을 제공했다. 타다 기사가 매뉴얼에 맞는 대화만 하게끔 해, 고객이 느낄 불편함을 최소화하기도 했다. 이용자가 기존 택시 경험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을 끊임없이 관찰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던 서비스다.
기업 문화를 고객 중심적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고객 관리는 고개 지원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직원들이 고객 경험을 발전시키는 일에 함께해야 한다. 세일즈포스 코리아는 ‘고객 중심의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한 6가지 팁과 전략’ 글을 통해서, “CEO부터 일반 직원까지 고객을 대면하지 않는 직원에게도 기회를 제공해, 이들이 고객과 시간을 보내거나 서비스 콜을 처리함으로써 고객에게서 배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조직 부서 간 용어나 표현의 차이로 소통이 단절되는 장벽을 없애야 하며, 직원이 관련된 역량을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세일즈포스는 ‘고객 관계 관리 트렌드 보고서(State of the Connected Customer)’에서 “73%의 고객은 기업이 자신의 필요를 이해할 거라고 기대했지만, 51%만이 기업이 전반적으로 고객을 이해한다고 답했다”고 했다. 회사 리더들은 종종 자신이 제공하는 가치가 답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최첨단 기술을 제공할지라도 고객에게 가치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그리고, 고객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오직 고객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다.
글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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