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퇴한 밤] 아빠의 육아휴직..'독박 육아'에서 날 살린 건?

박수진 입력 2022. 1. 13. 20:06 수정 2022. 1. 1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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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퇴한 밤]육아 동지 유튜브 채널 <육퇴한 밤>
비정기 코너 '수다가 필요한 밤'
5개월~17개월 훌쩍 자란 아이
뒷바라지한 아빠의 육아휴직
<육퇴한 밤> 유튜브 섬네일.

“아빠가 이유식 만들었다고 하면, 눈이 휘둥그레져서 정말 대단하다고 박수쳐주고 그래요. 아마 태어나서 제일 박수를 많이 받아본 그런 시기인 것 같아요.”

5개월 된 아기가 17개월까지 성장하는 동안 먹이고 치우고 입히고 씻기는 일을 수없이 해내고 일터로 돌아온 김지훈 <한겨레> 기자의 육아휴직 소회다.

부모가 함께 아이를 돌보는 맞돌봄 문화가 일상에 스며들고 있지만, 육아휴직은 여전히 여성 노동자의 몫이다. 이는 통계가 증명한다. 2018년 기준으로 살펴보니, 육아휴직이 가능한 남성 노동자 가운데 실제로 육아휴직을 사용한 비율은 1.2% 정도다.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11.9%였다.

13일 유튜브 채널 <육퇴한 밤>은 남성이 겪은 육아휴직 경험에 귀 기울여봤다. 초대 손님으로 출연한 김 기자는 “(남성의) 육아휴직을 늘려보자”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출연했다. 그의 육아휴직은 ‘어려움’으로 요약됐다. 끼니를 라면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던 날도 많았고, 소통이 어려운 아이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은 덤이었다. 육아 좌절감을 맛본 뒤, 홀로 맞는 육퇴한 시간은 어떻게 보냈을까.

그는 하루 13~15시간을 육아로 힘 쏟다 아이가 잠들면, 꿀맛 같은 2시간을 확보했다. 아이가 꿈나라로 떠나면 눈이 더 말똥말똥해질 때도 있었다. 목욕재계 후, 읽고 싶은 책을 읽었다. 육아가 힘들었던 날은 멍하니 휴대전화만 보기도 했다. 물론 자장가를 불러주다 함께 잠든 날도 있다. 혈관에 스미는 것 같은 맥주 한 캔도 빠질 수 없다.

<한겨레> 김지훈(왼쪽) 기자와 김미영 기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화면 갈무리.

육아휴직을 경험한 여성들은 아이를 혼자 돌보는 ‘독박 육아’를 하다 고립감에 휘청거릴 때가 있다고 증언한다.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치면서 외출도 어렵게 됐다. 온전히 홀로 아이의 하루를 책임져야 했던 김 기자에겐 어떤 감정이 찾아왔을까. 그는 출근한 아내에게 매일 전화 통화를 요청하며 막막함을 달랬다.

“인간이란 사회적 동물이구나. 그걸 정말 절감했던 시기였어요. 아이가 말도 못하고 표현도 못 하니까, 계속 답 없는 메아리처럼 혼자 계속 말을 해야 하고, 놀거리도 금방 떨어지잖아요.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지? 아침에 일어나면 정말 막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독박’ 육아 노동은 혹독했다. 그나마 주 2회 아이와 함께 찾은 문화센터는 육아인들의 우정의 무대이자, 해방구였다. 어린 아이와 외출 장소로 그나마 적합한 곳 중 하나가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였다. 김 기자가 육아휴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로 ‘문화센터’를 꼽은 이유는 뭘까.

“누군가 만나서 얘기한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좋았고요. 아이와 관련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문화센터에 가는 날도 기다려졌어요. 거기서 만난 사람들이 문화센터 수업만으로는 만족을 못 해서 서로 ‘우리 집에 와라!’, ‘우리 집에 꼭 오세요. 제발 오세요’라고 초대하고 그랬어요.” (웃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육아휴직 기간, 문득 일과 동료의 얼굴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었다. 하던 일을 내려놓고 육아에 집중해야 했던 속마음은 어땠을까.

“1년이면 어떤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긴 시간이거든요. (중략) 나중에 책임 있는 자리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이런 불안도 있었는데요. 육아휴직 갔다 온 선배들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줬고, 돌아와서 다들 잘 하는 것 보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죠. 주변에 육아휴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런 문화가 형성돼 있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육퇴한 밤>이 초대한 김지훈 기자. 화면 갈무리.

끝으로 <육퇴한 밤>은 부모 중 어느 한쪽에 돌봄노동이 집중되는 환경은 성별과 상관없이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전하고 싶었다. 이는 김 기자의 경험을 통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아이가 밥 안 먹고 울 때, 화가 나서 벽을 팍 쳤는데 그게 유리였던 거예요. 유리가 다 깨져서 비통한 마음으로 그걸 치웠어요. 아기가 어린데 혼자 화가 나서 이게 벽인지도 유리인지도 모르고 쳤다가 유리가 다 깨져서 사방에 다 퍼져 있고, 그걸 막 치우면서 진짜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됐구나! 그런 생각에 힘들었어요. 주변에 육아휴직 하는 사람이 있다면, 쉽지 않다는 것을 많이 이해해주고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 계속 격려해주세요. 여러 면에서 분담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들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김 기자의 유쾌한 수다는 <육퇴한 밤> 영상에 담았다. 오는 20일엔 배우 김현숙씨가 <육퇴한 밤>을 찾아 이야기 꽃을 피운다. <개그콘서트>에서 ‘출산드라’로,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영애씨’로 활약했던 그는 하민이 엄마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육아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방법이 뭔지, 지혜를 구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Q. 육퇴한 밤은 ?

작지만 확실한 ‘육아 동지’가 되고 싶은 <육퇴한 밤>은 매주 목요일 영상과 오디오 콘텐츠로 찾아갑니다.

영상 콘텐츠는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TV, 오디오 콘텐츠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을 통해 공개됩니다. 일과 살림, 고된 육아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분들을 위해 중요한 내용을 짧게 요약한 클립 영상도 비정기적으로 소개합니다. ‘구독·좋아요’로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려요. 육퇴한 밤에 나눌 유쾌한 의견 환영합니다. lalasweet.nigh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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