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아인혼 "2022년 北 대화재개 위해 중국 압박해야"

신선민 2022. 1. 1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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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아인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이 13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등이 주최한 ‘향후 5년 포괄적 전략동맹을 어떻게 조형할 것인가?’ 국제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등 오랜기간 대북 협상에 직접 참여했던 저명한 북핵 전문가 로버트 아인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ㆍ군축 담당 특보)이 2022년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중국을 압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인혼 연구원은 오늘(13일)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등이 공동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북핵 협상의 교착 원인과 북핵 문제 해법을 제시하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는 올해 북한과의 대화 재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달려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 "北 대화 안 나오는 이유는 코로나·대선·무기개발"

아인혼 연구원은 2021년을 북한과의 대화에 있어 '교착의 1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있는 이유로 ▲코로나19 상황 ▲한국 대선 ▲핵· 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벌기' 등을 들었습니다.

일단 코로나19로 인한 북한의 국경 봉쇄와 관련해 "언제 이 봉쇄가 해제될 지 명확하지 않다"며 "특히 다음달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북한이 불참을 통보한 것을 보면 북한이 점차 자기 고립으로 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좀더 상황을 지켜본 후 대화에 나올 시기를 고심하는 시간일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아인혼 연구원은 "한국 대선 결과를 보려고 할 수도 있고, 또는 시간벌기를 통해 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더 개발하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 이렇게 할 경우 북한이 향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짚었습니다.

■ "北, 협상 없이 혼자 헤쳐나갈 수 있다 생각할 수도"

아인혼 연구원은 북한이 아예 협상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물론 북한의 경제 위기가 극심하지만 대북제재가 완화되지 않더라도 그럭저럭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을 통해 협상 없이 제재를 회피하며 정권을 지속하려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인혼 연구원은 북한이 ICBM 발사나 핵실험 등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지 않으면 국제사회로부터 추가 제재는 없다고 확신하는 상황일 수 있다고도 진단했습니다.


■ "근본적으로 김정은이 비핵화 동의 안 해"

아인혼 연구원은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는 근본 원인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지를 꼽았습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완벽한 비핵화'라는 협상의 목표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 핵 억지력을 포기할 생각이 아예 없기 때문"이라면서 "김 위원장의 목표는 북한이 합법적인 핵 보유국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공고히 하면 할수록 미국과 국제사회가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에 도달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도 말했습니다.


■ "바이든, 인도주의 제외 대북지원은 미국인들 비난 받을 거라 생각"

아인혼 연구원은 최근 바이든 정부가 가지고 있는 대북 협상안으로 ▲팬데믹 관련 지원 등 인도주의적 지원 ▲인적·문화적 교류 증진 ▲연락사무소 복구 ▲서한을 통한 김정은 접촉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자산 동결 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외하고는 단순히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 위해 이런 조치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제외한 어떤 대북 지원도 미국인들의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뒤 한미 간 문안 협의까지 마친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은 원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여기에 대해서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 "北 대화 복귀 위해 중국 압박해야"

아인혼 연구원은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중국 압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이 제지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중국이 좋아하지 않는 행동을 취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야 한다"며 "(중국 압박을 위해) 미사일 방어를 강화하고 미국의 전략 자산을 동아시아에 더 많이 강화하고 미국의 동맹 군사력을 강화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추가 제재가 어렵다면 기존 대북제재를 더 강화해야한다고도 했습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를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는 대표적인 나라로 규정하며, "바이든 행정부는 제재를 이행하지 않은 정부들에 대해 처벌할 자세가 있다고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인혼 연구원은 이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의 연대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세 나라가 미국을 무시한 채 중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이 분명히 알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바이든, '단계적 접근' 어떻게 할지 구체화해야"

아인혼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완전하고 즉각적인 비핵화'를 요구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면서 바이든의 대북정책을 " 단기적으로 북한이 특정 행동을 이행하면 거기에 대해서 또 대응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 바이든 행정부가 (단계적 비핵화 접근에 대한) 일반론적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계속해서 '완전한 비핵화'만 거론하는 것에 대한 외부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며 이같은 바이든식 접근에는 북한이 얼마나 반응할지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는 이같은 단계적 접근이 '어떤 식으로 발휘되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며, 바이든표 대북정책인 '단계적 접근'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구체적인 접근 방식으로 ICBM 등 미사일 시험과 단·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시험 금지, 핵물질 관련 금지, 영변 핵시설 폐쇄, 신고되지 않은 다른 핵시설 폐쇄 등을 북한 측에 요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비공개적으로 뉴욕 채널 등을 활용하거나 중국 같은 제3자를 통해 북한과 소통할 수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 "올해 대화 여부, 바이든 아닌 김정은에 달렸다"

아인혼 연구원은 "2022년에 대화와 협상이 재개될지 여부는 바이든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김정은에게 달려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대화로 나올 가능성을 높이는 변수로는 ▲외부 지원을 통해 경제 회복을 해야 하는 상황 ▲중국으로부터 얼마나 지원 또는 압박을 받을지 ▲협상이 핵 억지력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북한의 자체 판단 ▲협상으로부터 어떤 경제적 혜택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 ▲올해 상반기 코로나 상황이 얼마나 완화될지 등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대북 관여가 했다하면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북한이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내놓을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럴 경우 동맹국들은 연대를 강화해 북한에 대해 집단적인 억지력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또 북한과의 단기적 협상이 타결된다 하더라도 북한은 분명히 핵·미사일 전력을 상당히 보유할 것이므로 한국과 미국은 강력한 핵 억지력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선민 기자 (fresh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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