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남편 얼굴도 못 봤는데" "이젠 휴대전화마저 꺼져"

구현모 2022. 1. 1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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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면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3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현장에는 눈이 거세게 내렸다.

A씨는 "남편이 평택에 일거리가 없어 광주로 가야 한다고 했었다"며 "단 한 번도 위험한 현장이라 말한 적 없어 이런 일이 있을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로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지 3일째가 됐지만, 현장의 안전 문제가 있어 본격적인 수색을 하려면 시간이 2∼3일 정도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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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들, 사흘째 사고현장서 '발만 동동'
눈속 건물 주변 서성이며 눈물
"사람 발견됐다" 소식 전해지자
통제선 앞까지 뛰쳐나가기도
타워크레인·옹벽 붕괴 우려에
해체 작업·지지대 설치 등 진행
본격 수색에는 2∼3일 더 걸려
13일 광주 서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이 지하 1층 계단 부근 콘크리트더미 안에서 남성으로 추정되는 1명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오열하고 있다. 광주=뉴스1
"설날이면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3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현장에는 눈이 거세게 내렸다. 사고 현장 앞에 선 실종자 가족들의 머리와 어깨에는 어느새 눈이 가득 쌓였지만, 이들은 하염없이 현장만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평택에서 내려온 A(60)씨도 쉽사리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A씨의 남편은 아파트 붕괴 당시 현장에서 실종된 6명 중 1명이다. A씨는 “남편이 평택에 일거리가 없어 광주로 가야 한다고 했었다”며 “단 한 번도 위험한 현장이라 말한 적 없어 이런 일이 있을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이 많다던 남편은 평소 주말에도 거의 집에 올라오지 못했다. A씨는 “새해가 됐는데 한 번 보지도 못한 게 너무 후회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모부가 실종됐다는 B씨 역시 추운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고 현장 주위를 맴돌았다. B씨는 “이모부가 31층에서 실리콘 작업을 했는데 돌아오지 못했다”며 “휴대전화도 꺼지고 생사를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건물 주변을 한참 서성이다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악천후 속 수색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사흘째인 13일 오후 119구조대원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소방당국이 현장에서 사람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고수습본부에 머물던 실종자 가족들은 급히 경찰통제선 앞까지 뛰쳐나가기도 했다. 실종가족대책위원회 대표 안정호(45)씨는 “시신이 발견됐다는 말인 줄 알고 일부 가족은 계단을 내려오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사람이 발견됐다는 소식도 공식발표를 들은 게 아니라 현장에서 웅성웅성하는 말들을 전해 들었다”며 “소방대원들도 구조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애 타는 얼굴로 현장에서 발견된 사람의 신원과 생사 여부 확인을 기다렸지만, 확인 작업 역시 늦어지는 상황이다.
더딘 구조 속도는 실종자 가족들의 속을 더욱 까맣게 태우고 있다. 이날로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지 3일째가 됐지만, 현장의 안전 문제가 있어 본격적인 수색을 하려면 시간이 2∼3일 정도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고가 난 건물 옆에 세워진 타워크레인 상태가 불안정해 해체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붕괴 현장에서 사고 당일까지 타워크레인에서 작업을 했던 타워크레인 기사 박모씨는 “크레인이 뒤쪽으로 기울어졌는데 사고 당일에 강풍이 불어서 작업하기에 위험한 상태여서 그대로 중단하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며 “우선 크레인을 해체해야 구조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크레인 해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상공 촬영. 39층 높이의 아파트 3분의 1 가량의 바닥과 구조물, 외벽이 처참하게 무너져 있다. 외벽에 설치된 타워크레인도 추가 붕괴 우려가 있다. 광주시 제공 영상 캡처
소방당국은 16일까지 크레인을 해체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공사 현장을 둘러싸고 있는 옹벽이 무너질 가능성을 대비해 지지대를 설치하는 작업도 이번 주 내로 이뤄질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은 낙석이 구조대원들 사이로 떨어질 위험이 있어 이날 낙석 추락방지 와이어를 건물에 설치한 데 이어 별도의 구조팀을 투입해 실종자를 찾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현장을 찾아 “실종자 가족과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최대한 빨리 실종자들을 찾을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광주=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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