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선대위 사실상 해체..위기의 심상정, 돌파구 찾을까

심우삼 2022. 1. 1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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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뉴스분석
'대안세력' 되지 못한 정의당
선거일정 중단, 전략 원점 재검토
"대대적 쇄신책 필요" 목소리
정의당 여영국 대표가 13일 국회 의원회관 심상정 대선후보 사무실을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심 후보는 일정을 중단하고 현재까지 자택에 머물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선거운동 일정을 전면 중단한 가운데, 정의당이 선거대책위원회 해체를 포함한 ‘전략 재검토’에 착수했다. 대선을 55일 앞두고 대선 후보가 사상 초유의 ‘칩거’에 돌입하는 등 당내 위기감이 증폭되면서 선거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극약처방’을 둔 것이다. 당 안팎에선 정의당이 ‘대안세력’으로서 미래지향적 메시지를 던지지 못했다는 점을 주된 패착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의제 설정 및 선거운동 방식 등 전반에 대한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의당 선대위 해체…후보 사퇴설엔 “단단한 걸음 위한 것” 일축

정의당 선대위는 13일 주요 보직자들의 일괄 사퇴를 결의하며 사실상 선대위를 해체했다.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현재 선거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원이 일괄 사퇴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심 후보가 선거 일정 중단이란 초강수를 둔 것에 보폭을 맞춰 쇄신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심 후보가 전화기를 꺼둔 채 장고에 돌입한 터라 당의 혼란은 좀처럼 수습되지 않는 모습이다. 여영국 대표는 이날 심 후보의 의중을 파악하겠다며 심 후보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을 찾기도 했다. 심 후보는 전날 여 대표 등에 일정 중단 의사를 타진하며 ‘선대위가 너무 책임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말만 전했다고 한다. 정의당은 이날 오후 대표단과 의원단 연석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려던 계획도 취소했다. 심 후보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에서 대책을 논의할 경우 자칫 후보와 선대위 간에 ‘엇박자’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지금으로써는 선대위도 전원 사퇴한 상황이고, 후보에게 시간을 좀 주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기다리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심 후보가 전격적으로 일정을 중단하고 연락까지 두절되면서 사퇴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그동안 심 후보가 ‘대선 완주’ 의사를 공언했고 후보 교체를 위한 시간적 여유도 많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여 대표는 심 후보와 만남이 불발된 뒤 기자들과 만나 “후보가 모든 걸 열어놓고 판단하시겠지만, 이번 대선이 마지막 소임이라고 몇 차례 밝혔기 때문에 마지막 소임을 다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 대표는 이날 당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후보의 잠시 멈춤에 언론은 많은 억측을 쏟아내고 있지만, 더 단단한 걸음을 내딛기 위한 결단의 시간”이라며 사퇴설을 일축했다.

저조한 지지율, 진보 단일화 무산에 위기감 가중

정의당 안에서는 심 후보가 선거 일정 중단을 선언하기 이전부터 저조한 지지율 탓에 위기감이 팽배했다고 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0~12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심 후보의 지지율은 3%에 머물렀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8∼10일 101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심 후보 지지율은 2.2%로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3.2%)보다 낮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심 후보는 전날 기자협회 토론회에서 “제가 대안으로 국민들에게 아직 믿음을 주고 있지 못해 답답하고 많은 고민이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내에선 고착화한 ‘양당 체제’ 등 구조적 요인과 함께 선대위 전략을 돌아봐야 한다는 ‘내부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정의당은 미래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젊은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우고, 청년 노동과 미래 세대 지지층을 형성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심 후보 중심으로 선거운동이 이어지면서 당의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운이 떨어져 있다”고 짚었다. 정의당이 2030을 ‘타깃 공략층’으로 삼고서도 소구력 있는 정책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대위 관계자도 “외부적 상황을 탓하기보다는 저희 내부의 문제로 인한 것이라는 고민이 있었고, 이런 부분을 포함해서 성찰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의 후보의 행보와 정의당의 이미지를 고민해서 쇄신책을 내놓지 않으면 이번 선거가 쉽지 않겠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부상으로 대선이 3자 구도로 재편되고, ‘정권교체’를 둘러싼 치열한 승부가 이어지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진보 성향의 표심을 흡수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심 후보가 양당 체제 또는 정권교체의 대안으로 입지를 다지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정의당이 4개 진보정당(진보당·녹색당·노동당·사회변혁노동자당) 및 민주노총과 추진했던 대선후보 단일화 논의도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불발됐다. 진보진영 단일 후보로 반등의 계기를 잡으려던 계획도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당 안팎에서 선거 전략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함께 심 후보의 ‘변화’를 요구하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선대위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새로움이 없다는 것”이라며 “후보가 깊은 고민에 들어갔는데, 결단이라고 부를 만한 수준의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심우삼 조윤영 송채경화 최하얀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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