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안구단] "미사일 위협 과장"이라는 중국..'미·중 사이' 줄타는 북한

김혜미 기자 2022. 1. 1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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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일본과 미국은 극초음속 미사일의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이중잣대가 북한의 무기 개발을 초래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현지시간 13일)

얼핏 북한의 입장 같아 보이지만, 이건 중국 관영매체에 보도된 내용입니다. 최근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글로벌타임스는 "북한의 실험보다 더 위험한 건 일본의 군사력 확장"이라고 했습니다. 중국 군사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북한은 한·미·일이 구축한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응하기 위해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사실상 미사일 발사가 자위력 강화 차원의 정당한 주권 행위라고 하는 북한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2019년 6월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중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 "미사일 위협은 과장"…중국, 북한 감싸기?

글로벌타임스가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영문판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중국 정부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를 용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루 전 중국 외교부의 공식 입장은 이랬습니다.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 관련국이 '쌍궤병진(雙軌竝進·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병행 추진)'과 '동시행동'의 원칙과 단계에 따라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정치적인 해결에 진전을 이뤄가길 바란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현지시간 12일)

지난해 새로 임명된 중국 정부의 한반도사무특별대표 류샤오밍(劉曉明)도 트위터에 비슷한 반응을 올렸습니다. 류 특별대표는 주북한 대사를 지낸 인물로, 임명 당시 중국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한반도의 상황은 중요하고 민감한 단계에 놓여 있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모든 조치는 관계국과의 대화 재개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 (류사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 12일)

중국 외교부의 입장은 오늘(13일) 브리핑에서 더 선명해집니다. 왕원빈 대변인은 "툭하면 제재에 나서는 것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대결 분위기만 고조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인물과 단체를 제재 대상에 올린 것에 대해 명백한 반대 입장을 보인 겁니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 제안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안보리 제재 결의를 채택하려면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중국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 미·중 대립할수록 움직이는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5일 올해 들어 첫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을 때 중국의 반응을 주목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평소보다 이른 시기에 시작된 북한의 미사일 시험에도 중국 외교부는 "한반도 문제는 정치적 해결에 주력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이 별것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북한에 일종의 '그린 라이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 교수는 "미·중 간 갈등이 첨예화할수록 북한이 움직일 룸(공간)이 커진다"며 "북한의 이른바 '시계추 외교'가 다시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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