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공수처는 '갈등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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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찰로 인한 갈등은 공수처가 자초했다.
갈등은 이유 없이 생기지 않는다.
최근 공수처는 갈등처가 된 것 같다.
대선을 앞두고 갈등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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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 노통브(프랑스)가 쓴 '갈증'에 예수와 제자가 과수원을 거닐다 나눈 대화다.
"우리가 먹을 수 없는 이 사과들, 아무도 먹지 않을 이 사과들!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요." 제자가 말했다. "누가 슬퍼한다는 말이냐?" "사과나무들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느냐? 사과나무들은 열매를 맺는 것으로 행복하단다. 먹어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사과나무가 되어 보아라."
사과나무 입장에서는 열매 맺는 것까지다. 식탐은 우리 입장이라는 것이다. 상대방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권한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공수처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준 권한만큼만 하면 된다. 갈등을 유발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최근 공수처는 갈등처가 된 것 같다. 언론인·야당 의원들과 그 가족은 물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그 부인에 대해서도 통신 조회를 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언론인, 국민의힘 의원, 이들의 가족과 일부 변호사 등 모두 332명이 통신 조회를 당했다. 대선을 앞두고 갈등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 이유다.
김진욱 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사찰이 아니다"라며 "검찰에서 통신자료 조회한 게 59만7000건, 경찰이 187만7000건이고 저희가 135건이라며 통신사찰 지적은 과하다"고 일축한 바 있다. 사과나무 입장에서 봐야 할 대목이다.
국민들은 과거 안기부(국정원 전신)와 검찰의 도청과 불법 사찰에 대한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사찰'이라는 말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이 법이 처음 마련된 시기는 유신정권 말인 1977년(옛 전기통신법)이다. 이후 여러 번 개정됐지만 통신자료 제공 주체만 '전기통신사업자'로 바뀌었을 뿐 통신업무 관련 서류를 수사상 필요에 의해 제출할 수 있다는 내용은 그대로다. 하지만 집에 유선전화 하나만 있던 시절과 달리 이름·전화번호·주민등록번호 등 통신자료만으로 온라인에선 개인을 특정할 수 있다.
공수처의 적법한 수사절차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찰 의혹이 커지고 있는 배경에는 공수처의 무능과 정치적 공정성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출범부터 지금까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불법 채용 의혹혐의 기소 외에는 없다. 특히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손준성 검사에 대한 아마추어 수사로 체포영장 한 차례, 구속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당해 망신을 자초했다. 물론 출범한 지 1년도 안 돼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기다림도 필요하다.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설립 취지를 되새기는 기회가 돼야 한다. 수사역량 부족과 정치적 중립성 결여에 대한 공수처의 근본적인 쇄신이 없다면 그 어떤 해명도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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