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빚투?"..LG엔솔 공모 앞두고 긴장하는 금융당국

서대웅 2022. 1. 1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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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안정적으로 관리되지만
예상넘는 IPO 공모규모에 긴장
기관 수요예측 1경..개미에 영향
청약일 마이너스통장 급증 가능성
요구불예금 늘어 '빚투' 기우 시각도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간신히 잡힌 신용대출, 다시 늘어날라.” 금융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와 시장금리 급등 영향으로 지난해 12월부터 가계대출 증가세가 간신히 꺾였지만,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을 기점으로 대출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LG엔솔 공모 규모가 지난해 기업공개(IPO) 전체 공모금액의 75%에 달하는 데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기관들이 제시한 금액이 1경원을 웃돌면서 금융당국은 매일 대출 추이를 확인하는 등 가계대출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당국, 신용대출 추이 하루단위로 체크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난달 큰 폭 둔화한 이후 올해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금융감독원은 주요 은행의 신용대출 추이를 일일 단위로 체크하고 있다. LG엔솔 공모주 청약일인 오는 18~19일에 앞서 청약 증거금을 대기 위해 신용대출이 증가 전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주범이었던 신용대출은 지난달을 기점으로 지금까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금감원이 이날 발표한 가계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은행권 신용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2조원 감소하며 금융권 총가계대출 증가폭 둔화(2000억원 증가)를 이끌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신용대출 잔액도 지난달 말 117조528억원에서 이달 12일 116조9522억원으로 1000억원 줄었다.

하지만 전례 없는 IPO 공모 규모로 신용대출이 언제든 튀어 오를 수 있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LG엔솔 공모금액은 공모가 상단(30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12조7500억원이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전체 공모금액(17조2000억원)의 75%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 신용대출 급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금액(2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6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SKIET 공모를 앞둔 지난해 4월 은행 신용대출은 16조원 증가했다. 비은행권 기타대출까지 포함하면 20조2000억원 늘어나며 전체 가계대출도 25조원 넘게 급증했다. 당시 SKIET 청약증거금은 80조9000억원에 달했다.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던 지난해 상반기와 달리 지금은 시장금리가 크게 오르고 있지만 LG엔솔 공모 청약을 위해 ‘빚투’가 또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뛰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게 일반적이지만, LG엔솔 공모만큼엔 적용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입증하는 게 기관 수요예측이다. 지난 11~12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기관 투자자들이 제시한 금액은 1경원 이상이었다. 기존 역대 최대 금액이었던 카카오뱅크(2585억원)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기관 투자자들이 LG엔솔에 그만큼의 기대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로, 이는 개미 투자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재까진 신용대출이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지만, 오는 18~19일을 기점으로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이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 당국 관계자는 “통상 마이너스통장 사용률은 40%대”라고 설명했다. 50%가 넘는 미사용 금액을 꺼내 LG엔솔 청약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IPO 청약일에 한도대출이 급증하고, 증거금이 환급되면 다시 낮아지는 흐름이 반복됐다. 다만 LG엔솔의 경우 공모규모가 독보적으로 큰 만큼 환급금액이 많지 않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대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금리 가파르게 올라...빚투 가능성 낮다’ 분석도

반면 지난해처럼 빚투가 늘어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이 현행 1%인 기준금리를 올 한해 1.5~1.75%로 올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서다. 13일 현재 4대 은행이 신용등급 1등급자에게 취급하는 신용대출 금리는 연 3.39~4.73%로, 지난해 6월 말과 비교하면 상단이 0.8%포인트 급등했다.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이 늘어난 점에서도 빚투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달 말 기준 NH농협은행까지 포함한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95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약 9조3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 은행들이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올렸으나, 지난달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은 소폭 감소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주식·부동산·가상자산 등 투자시장이 주춤하면서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에 일단 여유자금을 넣어 두는 예금자들이 많다”며 “추가로 대출을 받기 보다, 이 자금을 이용해 공모주 청약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서대웅 (sdw61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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