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단의 정치' 먹고 자라는 유튜브 정치 채널, '예능과 패륜 사이'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강한들 기자 2022. 1. 1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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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캡처

정치 뉴스에 대한 수요가 높은 선거철이 되면서 유튜브 채널들이 공론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최근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는 주요 대선 후보들이 출연해 한 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해 화제가 됐다. 인터뷰 영상 조회 수의 총합은 13일 오후 2시 기준 1200만회가 넘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유튜브의 장점에 깊은 내용을 담은 인터뷰가 얻은 호응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검증을 명분으로 말초적 관심을 자극해 높은 조회 수를 얻는 채널들이 세력을 키우고 있다. 스스로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우파의 가치와 이념을 정립하기 위해 설립된 순수 민간 씽크탱크”라고 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언론이 아니라 ‘예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과 반대편에 있는 정치세력과 연관돼 있다면 사안의 의미와 상관없이 무차별로 사생활을 폭로하며 명예훼손을 서슴치 않고 있다. 여기에 기성언론들은 선정적 내용을 그대로 받아쓰며 유통에 일조하고 있다. 양극단으로 갈라진 정치지형,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행태, 플랫폼 사업자인 유튜브의 방관자적 제도, 제도적 구멍이 결합되면서 ‘혐오 방송’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불법 내용물을 엄격히 제한하는 독일·미국처럼 유튜브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세연은 지난달 28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한 벤처기업으로부터 성 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당시 이 대표와 모 방송사 기자가 사적 관계에 있었다며 기자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또 한 신문사 기자가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취재하고도 보도하지 않고 더불어민주당에 제보했다며 이 기자의 신상정보도 유포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정확한 사실 확인도 없이 무차별 폭로를 이어간 가세연의 행태는 자극적 선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조동연 서경대 교수(전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사생활을 다루면서 자녀의 사진과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김성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미디어 언론위원장은 “(가세연의 폭로 내용이) 공적 영역이라고 할 수 없는 전형적인 명예훼손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가세연이 조 교수에 대해 다룬 영상은 65만~10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일파만파 퍼졌다. TV조선 등 매체가 보도하며 언론의 ‘받아쓰기’ 행태도 있었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를 통해 가세연의 최초보도 이후 조 교수가 사퇴하기까지 3일간 보도를 분석해보면 ‘사생활논란’, ‘사생활의혹’ 등 연관어가 돋보인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성명을 내고 “언론이 가세연 주장을 받아쓰기 시작하고, 정치인과 평론가들의 관전평까지 중계되며 파장은 커졌다”며 “언론이 말초적 흥미를 위해 사생활을 공적 영역으로 끌어들여 검증 대상으로 삼는 게 어떤 위험을 가져오는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를 이용해 분석한 지난달 1일에서 3일까지의 언론 보도 핵심어 분석

진영의 문제만은 아니다. 열린공감TV 역시 ‘시민의 알권리 충족’을 표방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에 관련해 ‘쥴리 의혹’ ‘변호사 동거설’ 등 자극적인 내용들을 다뤘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6조는 “개인의 명예를 해치는 사실 무근한 정보를 보도하지 않으며 보도 대상의 사생활을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열린공감TV는 지난달에도 쥴리 의혹에 대한 실명 증인이 나타났다며 김씨의 사생활 부분을 지속적으로 다뤘다.

유튜브 채널은 법적으로 언론도, 방송도 아닌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기존 언론이 적용받는 신문법, 방송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고,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부가통신사업자로 정의된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제2조는 언론을 방송·신문·잡지 등 정기간행물, 뉴스통신 및 인터넷 신문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래서 유튜브 콘텐츠로 많은 사람이 피해를 받고 있지만, 소송 이외에는 피해 구제의 방법도 마땅치 않다. 김성순 변호사는 “민사적으로 아무리 조치해봤자 (자극적 내용을 일삼는) 유튜브 채널이 그런 것을 못하게 할 만큼의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유튜브가 해외사업자라서 방송통신심의 등의 행정적인 규제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플랫폼 사업자인 유튜브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독일은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이용자 간 콘텐츠를 공유하거나 이용자가 콘텐츠를 공개적으로 게시할 수 있는 인터넷 플랫폼 중 이용자 수가 200만명 이상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혐오선동, 모욕, 명예훼손 등 독일 형법상 22개 조항에 해당하는 불법 내용물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명백한 불법 내용물’은 신고 접수 후 24시간 이내에 삭제 또는 접속 차단 조치하고, 그 외 불법 내용물은 신고 접수 후 7일 이내에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가세연이 지난달 유튜브의 유료 채팅 서비스인 ‘슈퍼챗’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약 7600만원으로 국내 1위였다. 유튜브 규정에 따르면 유튜브와 가세연은 수익을 3대 7의 비율로 나눠 갖는다.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은 “독일, 미국 등 해외에서는 유튜브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이드라인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유튜브는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한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채널들이) 이런 식으로 큰소리칠 수 있는 이유는 유튜브에서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했을 경우에 플랫폼이 이용자 보호를 위해서 제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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