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 이선호 사망사고 업계 관계자 집유..유족 "솜방망이 처벌"(종합2보)

박종대 2022. 1. 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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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원청·하청업체 관계자들 징역형 또는 금고형의 집유...동방 법인에 벌금 2천만원
고 이선호 친부 "솜방망이 처벌...대한민국 피해자 슬픔 헤아리지 못해"
대책위 "검찰·재판부, 산재사망사고 근절 위한 사회적 요구 무시하면 안 돼"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고 이선호씨의 아버지 이재훈씨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참석자들이 9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 이선호 청년노동자 49재에서 고인의 영정과 위패를 들고 청사를 돌고 있다. 2021.06.09. park7691@newsis.com

[평택=뉴시스] 박종대 기자 = 평택항 부두 개방형 컨테이너 내부작업을 하던 과정에서 무게 300kg 가량의 날개에 깔려 숨진 이선호(당시 23살) 씨 산재사망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관계자들에게 법원이 징역형 또는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1단독 정현석 판사는 13일 오후 열린 이 사건 선고공판에서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원청업체 (주)동방 지사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 산업재해교육 수강을 명령했다. 원청업체 법인에 대해선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회사 소속 팀장에게는 금고 5월에 집행유예 2년, 직원에게는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하청업체 소속 직원에게 금고 4월에 집행유예 2년, 지게차 운전자에게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근로자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선 산업안전보건법 이행이 중요한데, 피고들의 잘못이 병합해 피해자가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황망한 결과를 일으켰다"며 "이 사건으로 피해자 유족들이 입었을 정신적, 신체적 고통도 컸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들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 발생에 상당 부분 책임에 컨테이너 하자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발단이 된 컨테이너는 2002년 7월 제작된 것으로 많이 부식돼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일부 장치에 생긴 부식으로 인해 이 사건 당시 완충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제작 이후로 점검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또 "컨테이너 소유자가 중국 국적으로 국내 선박안전법이 적용되지 않아 선박안전법에 의한 지도 및 안전관리가 가능하지 않았다"며 "일부 피고인이 유족과 합의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에 이 사건이 발생해 동종 유사사건의 양형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고 이선호 씨는 지난 4월 22일 평택항 부두 개방형 컨테이너 내부작업을 하던 중 무게 300㎏ 가량의 날개에 깔려 숨졌다.

현행법상 일정 규모 이상 컨테이너 작업을 진행하려면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안전조치 방안 등을 마련해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 씨가 투입된 작업은 사전에 계획된 내용 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평택=뉴시스]김선웅 기자 = 19일 오전 경기 평택시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청년 노동자 故 이선호 씨 시민사회장에서 고인의 부친 이재훈 씨가 발언을 마친 고인의 친구들과 슬픔을 나누고 있다. 고인은 지난 4월 경기 평택항에서 개방형 컨테이너 벽체에 깔려 산재 사망사고를 당했다. 2021.06.19. mangusta@newsis.com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하청사 직원과 지게차 운전기사에게 금고 2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청사 평택지사장에게 징역 2년을, 팀장 및 대리에게 각각 금고 1년 6월을 구형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청사에게 벌금 5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이 씨의 유족은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법정 앞에서 선고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부친 이재훈 씨는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솜방망이 처벌이 나왔다"며 "아직 대한민국이 피해자 슬픔과 아픈 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들과 소주 한 잔 같이 마시면서 대화도 나누고 농담도 나누는 것이 누구나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행복"이라며 "하지만 어느 개인의 사욕으로 인해 저는 내 삶의 희망을 강탈 당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부모가 돌아가신 것은 금방 잊혀지지만 자식이 죽은 것은 내가 죽어야 끝난다"라며 "두 번 다시 이 땅에 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 분들이 안 계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선호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과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이라는 핑계로 형량을 깃털로 바꿨다"며 "유가족의 요구는 간단하다. 다시는 산업현장에서 일하다 죽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책은 간단하다. 꼬리자르기 식으로 현장 노동자만 처벌하지 말고, 사업자와 경영책임자를 형사 처벌해야 산재사망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은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 강화된 산업안전보건법 형량에 맞게 심판할 수 있도록 즉각 항소해야 한다"며 "검찰과 재판부가 산재사망 근절을 위한 사회적 요구를 무시한다면 사법부 역시 또 다른 산재사망사고를 유발시키는 공범으로 인식돼 국민들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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