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율 "K콘텐트 글로벌화, 치열하게 손님 맞을 준비할 것"

조연경 기자 2022. 1. 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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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율이 영화 '경관의 피' 개봉과 함께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다양한 얼굴을 선보이되, 자신만의 길은 제대로 찾아 걷고 있다. 데뷔 15년 차, 어느 덧 불혹에 접어든 배우 권율(40)이 한층 여유로워진 모습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 새해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

스크린에서는 못된 빌런으로, 브라운관에서는 꽤나 얄밉지만 현실적인 남편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됐다. 영화 '경관의 피(이규만 감독)'와 카카오TV '며느라기'를 통해 동시에 인사하게 된 권율은 "배우로서는 기쁜 일이다"며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화상 인터뷰에 최적화 된 배우였던 것일까, 그 사이 입담이 더 무르익은 것일까. 권율은 '원래 이런 배우였나' 싶을 정도로 풍성하면서도 솔직한 이야기들로 작품 속 캐릭터만큼 장외 홍보 메신저 역할까지 톡톡히 해냈다.

'경관의 피'에 대한 애정으로 라디오, 예능 등 홍보 최전선에서 굵직한 움직임까지 보인 그는 "나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캐릭터다. 흙먼지 속 잡초가 아닌 온실 속의 잡초라 끌렸다"며 본인이 연기한 나영빈에게 반한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하기도 했다.

권율은 이번 영화에서 상위 1%만 상대하는 범죄자 나영빈으로 분해 12kg 체중 감량과 화려한 의상을 소화하는 등 파격적인 비주얼 변신을 꾀했다. 새로운 대사 훈련법에도 도전하는 등 영화 개봉 전부터 그의 노력이 알려졌기에 완성된 영화 속 분량과 편집의 아쉬움은 관객들도 함께 느낀 지점이다. 새삼 그의 연기에 반한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나영빈을 더 보고 싶다'는 외침을 터뜨리게 만든다.

하지만 권율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도전을 할 수 있었다는 과정에 이미 만족한다. 기회가 된다면 디렉터스컷을 통해 추가 장면이 공개되길 바라는 마음은 있다"며 너스레 가득한 대인배의 면모를 보였다.

배우 권율이 영화 '경관의 피' 개봉과 함께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오랜만에 관객과 만났다.
"개봉이 어려운 시기에 개봉을 했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나 영광이다. 저 또한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발걸음이 어느 시기에는 쉽게 떨어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보면 안전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다. 런 상황에서 '경관의 피'가 용기있게 개봉하고, 여러 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개봉 첫 날에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단 극장에 찾아와 주신 분들이 많아졌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그것이 '스파이더맨'을 통해서든 우리 영화를 통해서든 좋다. 또한 관객 분들이 오랜만에 나온 한국 영화를 어여삐 봐주시는 것 같고 관심 가져 주신 것 같아 진심으로 감사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다. 그리고 지금은 1위, 2위 같은 순위가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영화를 위해 열심히 한 시간들의 결과물을 들고 관객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정말로 끝까지, 마지막 한 분까지 감사의 마음 전달 드릴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한국영화, 외화를 떠나서 극장과 영화에 조심스럽지만 많은 관객 분들의 발걸음 부탁드린다."

-'경관의 피'는 어떤 점에 끌렸나.
"첫번째는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계속 물고 물리는 관계성에 대해 '이거 어디서 어떻게 흘러가는거지? 진짜 박강윤(조진웅)이 나쁜 놈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느 순간 시나리오를 다 읽은 내 모습을 보면서 '무조건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영빈 캐릭터도 빌런의 한 축을 담당한다.
"영화가 신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있어서 가장 처음 서로의 오해와 충돌 일으키는 꼭지점의 인물이 나영빈이다. 나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나영빈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싶었고 무조건 하고 싶었다. 캐릭터 설정을 보면 본인이 재벌도 아닌데 누구에게도, 어떤 상황에서도 굽힘이 없다. 법 위에 있는 캐릭터가 신선했다. 흙먼지 속 잡초가 아닌 온실 속의 잡초라 끌렸다."

-영화의 만족도는 어떤가.
"모든 배우들이 비슷한 마음이겠지만,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봤을 때 100% 만족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작품적으로는 감히 말씀 드리자면, 나는 영화를 볼 때 굉장히 하나의 미덕을 보고 쫓아가는 스타일이다. 우리 영화가 갖고 있는 장점과 미덕도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내 주관적인 의견, 시선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고, 내가 봤을 때도 단점이 보일 수 있지만, 우리 배우들 각자가 펼친 캐릭터적인 부분들의 연기, 케미, 분위기는 우리 영화가 꼽는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싶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크게 만족한다."

-분량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편집된 지점이 있다면.
"그것 또한 아주 없을 수는 없다.(웃음) 사실 편집된 지점들이 꽤 있다. 다만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을 놓고 봤을 때, 감독님께서는 최종 버전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셨을 것이다. 나도 거기에 동의한다. 근데 (박)명훈이 형과 그 이야기는 했다. 원래는 나영빈과 명훈이 형이 연기한 차동철이 마주하는 신도 있었다. 그것도 꽤 격하게 찍었던 장면이라 '우리 그때 감정 참 좋았는데~'라면서 둘만 만족하고 공감할 촬영 때를 잠시 떠올리기는 했다.(웃음)"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나.
"내가 그 동안 날카롭고, 샤프하고, 예민해 보이는 악역들을 대부분 연기해왔다. 많지는 않아도 그런 필모그래피들이 쌓였는데, 나영빈이라는 인물은 캐릭터 설정부터 조금 달랐다. 박강윤(조진웅)이라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죄와 맞서 싸우려는 신념 가진 사람과, 최민재(최우식)라는 합법적인 선 안에서 수사를 하려는 사람이 충돌하는 것에 있어서 두 인물을 무조건 움직이게 만들어야 하지만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나와 나영빈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배우 권율이 영화 '경관의 피' 개봉과 함께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그래서 체중도 증량한 것인가. 12kg 증량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무게감이 있고, 퉁퉁한 느낌이 범접할 수 없는 나영빈과 조금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다. 체중 증량을 결정한 후에는 내가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의 운동과 식사를 하면서 꾸준히 몸을 크게 만들었다. 식사는 한번에 많이 먹으면 밖으로 다 배출돼서 하루 6끼, 7끼를 나눠 먹었고, 아침 저녁 운동을 하면서 대사량도 올렸다. 먹기만 해서도 안되고 운동을 해야 원하는 몸을 갖출 수 있었다. 아예 알람을 맞춰두고 똑같은 양의 식사를 했다."

-원했던 몸이라 함은.
"감독님께서 너무 근육이 쪼개진 몸은 원하지 않으셨다. 그렇다고 살만 찌는 것도 안됐다. '각이 지지 않으면서도 단단한 몸을 만들어 달라'는 굉~장히 어려운 부탁을 하셨다. 하하. 그런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은 필수였고, 기름지거나 튀긴 음식은 피해야 했다. 그런 것들을 먹었으면 증량 자체는 쉬웠을 수도 있다. 근데 그러면 안됐다. 단시간 내 과도한 증량이나 감량은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나에게도 괜찮은 도전이었다. 지금은 원래 몸무게로 다 돌아왔다."

-체중 증량 후 연기를 하는 느낌도 달라졌을까.
"확실히 달랐다. 촬영 때 78~79kg 정도 나갔는데 실제로 몸이 무거워지고 커지다 보니까 연기를 하면서도 바닥에 딱 붙는 느낌이 있더라. 이게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왜 테너, 바리톤 분들이 본인 몸에 무게감을 싣고 노래하는 것처럼, 나도 연기가 무거워지고 거침없이 툭툭 밀고 가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덩치가 커지가 보니까 사람들은 자꾸 나를 보면서 '살 빠진 것 아니냐'고 하더라. 보여지는 얼굴은 덩치 때문에 조그마해 보인다고. 덩치도 생긴데다가 외투까지 입고 있으면 얼굴은 상대적으로 작게 보였던 것 같다. 비례적인 효과랄까? '너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라고 하면 '뭔 소리예요. 7kg 쪘는데'라고 답하는게 일상이었다. 그런 소소한 에피소드도 생겼다.(웃음)"

-맑고 선하고 하얀 이미지가 있는 얼굴인데 빌런을 연기했다. 어떤 지점에서 그런 매력이 보여진 것 같나.
"나도 궁금해서 이규만 감독님께 여쭤봤다. 캐릭터 준비를 하다가 '감독님께서 말씀 하신대로 내 화술과 발성에 스탠다드한 느낌들이 있는데 왜 나영빈 역에 캐스팅 하셨나요?'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 체중 증량, 새로운 대사 훈련법 등을 연습하면서 매우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생겨 감독님께 SOS를 쳤는데, '맑은 이미지에서 비균질적인 지점들이 보일 때 나영빈으로서 뒷목을 딱 치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하시더라."

-새로운 대사 훈련법은 어떻게 진행했나.
"가장 어렵고 고민이 많은 부분이었다. 내가 갖고 있는 화술과 발성은 좀 딱 떨어지는 딕션이다. 하지만 나영빈에게 어울리려면 대사를 좀 관념적이고 추상적으로 뱉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입이 아니라 마음으로 뱉는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나영빈이 처한 상황들을 시뮬레이션 하며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렸다. 그 과정에 상상하고 몰입하면서, 시나리오에 있는 실제 대사가 아닌, 내가 나영빈이라는 사람에 대해 파악한대로 막 대사를 뱉는 연습을 많이 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영빈의 말, 욕이 될 수도 있고 신조어가 될 수도 있는 말들을 일단 막 터트리는 작업을 한 한달정도 했다. 그 후 시나리오에 있는 대사들을 나영빈처럼 입에 붙여 나갔다. 이걸 '어떻게 느꼈다'고 표현하고 말씀 드려야 할지 잘 설명이 안 될 만큼 어느새 나영빈화 돼 나오는 지점들이 있었다. 나에게도 새로운 훈련법, 접근법이었기 때문에 어떤 만족보다는 그 새로움이 느껴졌다는 부분들이 영화를 보면서도 와 닿아 좋았다."

배우 권율이 영화 '경관의 피' 개봉과 함께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조진웅과는 한솥밥을 먹는 사이이면서 평소에도 절친한 관계로 잘 알려졌다. 이번 호흡은 어땠나.
"믿었다. 진웅 선배는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마음껏 들어오라'고 열어주는 스타일이라 저 역시 선배를 믿고, '이 정도로 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앞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최선을 다해 달렸다. 진웅 선배 역시 저에게 스토리의 원동력이 되는 나영빈 캐릭터의 중요성을 설명해 주면서 처음부터 '하고 싶은 것 다 해라'라고 말씀해 주셨다. 평소 친한 사이이기는 하지만, 나영빈으로서, 배우 권율로서 선배에게도 새로운 모습을 한번 보여주고 싶었다."

-잘해냈다고 생각하나.
"최선은 다했다.(웃음) 내가 현장에서 진웅이 형한테 감동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영화를 보면 핸드폰을 때려 부수는 장면이 있지 않나. 순간적으로 감정이 올라와 치고 또 치고 세게 치다가 손가락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피가 뚝뚝 흐르는데 그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서 계속 연기를 했다. 나는 진웅이 형이 그 상황을 알면 '넌 바보같이 왜 그렇게 하냐'고 화를 낼 줄 알았다. 평소라면 그랬을 수도 있는데, 그땐 온전히 나를 이해해주고 기다려주고 걱정해주더라. '아, 이 형도 진짜 작품과 연기에 있어서는 언제나 진심이구나' 싶었다. 큰 부상은 아니었고 살짝 찢어진 정도였다."

-캐릭터 성격과 설정 등으로 인해 예민해지는 순간들도 있었을 것 같은데.
"내가 촬영장에서 캐릭터간 심각한 대립신이 있을 땐 상대 배우들과 조금은 거리를 두는 편이다. 실제 성격이 예민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을 타거나 대화로 분위기를 깨지 않고 있다가 촬영하는 순간 집중해서 터뜨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그렇다. 그래서 중요한 신 촬영이 있는 날에는 일부러 상대 배우들과 대면하지 않으려고 하고 밥도 따로 먹으려고 했다. 그렇게 해도 배우 분들이 '쟤 유별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해해 주면서 격려하고 응원해 준다."

-'경관의 피'에서는 범죄자, '며느라기2'에서는 현실적 남편으로 상반된 캐릭터를 동시에 선보이게 됐다.
"배우로서는 기쁘다. 다양한 얼굴을 한꺼번에 보여 드릴 수 있으니까. 사실 '경관의 피'는 '며느라기' 시즌1을 찍기 전에 촬영을 진행한 작품인데 어쩌다보니 시즌2와 함께 공개되게 됐다. 저에게 이런 모습도 있고, 저런 모습도 있다는 것을 봐 주셨으면 싶다. 시즌2에서는 남편이 좀 착해질 예정이기도 하다. 하하."

-브라운관, 스크린, OTT 할 것 없이 활발이 활동 중이다. K콘텐트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 높아진 시기다.
"일단 이런 날이 올 줄을 몰랐다. 어렸을 때, 대학교 1학년이었던 20살 때였는데, 벌써 21년 전이다. 한번은 어떤 선배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세요?'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 '할리우드 진출이 꿈'이라고 하시더라. 그땐 '아, 이 선배와 거리를 멀리 해야겠다. 사기꾼인가?'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근데 이제는 반대로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누군가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할만한 시대가 왔다. 하하."

-직접 연기하고 보여지는 배우 입장에서도 남다르게 느끼는 감정이나 기대가 있을 것 같다.
"할리우드 진출을 떠나 우리 콘텐트 자체로 그들에게 보여질 수 있다는 시대 아닌가. 신기하고 놀랍고 진짜 꿈같다. 나 역시 당장의 해외 진출, 해외 콘텐트를 목표로 설정값을 두는 것이 아니라, K콘텐트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전세계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좋은 배우, 좋은 연기를 보여 줄 수 있게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기해야 할 때 아닌가 싶다. '많은 분들을 만난다'는 마음으로 더 많이 집중하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왜 올림픽을 할 때도 온 나라가 손님 맞을 준비를 하듯이, 올림픽처럼 K콘텐트에 집중이 많이 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관객을 맞을 준비를 따듯하고 치열하게 해야겠다'는 마음들이 하나하나 생긴다. 배우로서 동기 부여가 된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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