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 '미사일 발사' 북에 제재 칼 뽑은 미.."대북정책 변화는 아냐"

황준범 2022. 1. 1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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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탄도미사일 잇단 발사에
미, 북한 국적 6명 등 제재
새 유엔 대북 제재도 추진
"외교 계속..북, 대화 관여하길"
북한이 지난 11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노동신문>이 12일 1면 전체에 펼쳐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에 맞서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가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까지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바이든 정부 출범 뒤 북한의 도발적 행위들에 유지해온 인내심을 버리고 대응 수위를 높인 것이다. 그러나 대화·외교에 방점을 둔 대북정책은 변함없다고 강조하며 북한에 문을 열어뒀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12일(현지시각)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와 운반 시스템(탄도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북한 국적 6명과 러시아인 1명, 러시아 단체 1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들은 중국 다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지에서 활동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물품을 조달했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북한 국적자 6명 중 5명은 북한 무기 개발을 주도하는 국방과학원에서 일하는 이들이다.

제재 명단에 오른 이들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들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이들이 미국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기에, 제재의 실질적 효과는 없다. 그럼에도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미국의 첫 대북 제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10일 북한, 중국, 미얀마 등의 개인과 단체를 제재 대상에 올렸으나, 이는 ‘국제 인권의 날’을 맞아 인권 침해를 이유로 한 것이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4월 말 ‘외교를 모색하는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이라는 대북정책의 뼈대를 공개하고 대화를 촉구해왔다. 하지만, 북은 지난해 3월 이후 탄도미사일 발사를 거듭해왔고, 특히 지난해 9월에는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밝힌 화성-9형, 10월에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MB)을 발사했다. 바이든 정부는 그럼에도 한국과 종전선언 관련 협의를 진행하는 등 외교적 접근법을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지난 5일과 11일 잇따라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하자 제재의 칼을 뽑았다. 탐지·요격이 어려운 위력적 무기인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국제사회 여론이 악화되자,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어 “미국은 국제 평화·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국제 비확산 체제를 약화시키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처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향후 행동에 따라 추가로 제재·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동시에 새로운 유엔 안보리 제재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 유엔대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북한이 2021년 9월부터 해온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제재를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과 관계가 악화한 중국, 러시아가 유엔에서 새 대북 제재에 찬성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중·러는 그동안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레드 라인’을 넘어설 때만 안보리 제재에 동의해왔다.

그렇지만, 미국은 이번 제재가 ‘대북정책의 변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번 제재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하려는 진정한 노력 외에 다른 어떤 것을 암시한다는 생각에 격렬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제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진전을 막으려는 우리의 계속되는 노력”일 뿐이라는 것이다. 블링컨 장관도 성명에서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를 추구하는 데 지속적으로 매진하고 있으며, 북한이 협상에 관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대만이라는 ‘두개의 전선’에서 중·러와 맞서고 있어 한반도에서까지 긴장이 고조되는 것에 커다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이어가며 2018년 이후 지켜온 레드 라인을 넘을 경우, 미국도 어쩔 수 없이 맞대응하면서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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