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모회사 주식 1%로 손자회사까지 소송..3000社 위협

문지웅 2022. 1. 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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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치 제고 위해
수탁자 지침 개정한다는데..
기존 '주주대표소송' 문구
'대표소송'으로 변경하며
다중대표소송까지 가능해
결국 한국기업 가치 낮아지고
국민연금 수익률도 타격 전망

◆ 국민연금發 소송대란 위기 ◆

국민연금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개정을 통해 주주대표소송은 물론 다중대표소송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주대표소송과 다중대표소송 제기 결정권도 현재는 기금 1000조원 운용을 책임지는 기금운용본부에 있으나 이를 비상설기구인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로 넘기려고 한다. 정부는 소송 제기 목적이 아니라고 하지만 지난달 국민연금은 일부 기업에 비공개 서한을 발송하며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재계는 국민연금의 이런 압박이 기업가치 저하, 국민연금 수익률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3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수탁지침 개정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분 1% 이상 보유한 상장기업에 대한 주주대표소송과 별도로 지분 1% 이상 보유한 상장기업이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대해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은 기존 지침에 있던 '주주대표소송'이라는 표현을 전부 '대표소송'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대표소송으로 문구를 바꾸면 주주대표소송은 물론 다중대표소송까지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주대표소송과 마찬가지로 다중대표소송 제기 결정권도 수책위에 맡긴다.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수책위 결정에 따라 수많은 국내 상장사와 상장사의 자회사, 손자회사가 자국 국부펀드인 국민연금의 소송 제기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되는 셈이다. 상장사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대한민국 기업들 중 핵심인 상장, 비상장(자회사, 손자회사의 경우) 기업이 국민연금에 다중대표소송을 당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상장사협의회가 2020년 조사한 자료를 보면 자회사 지분을 50% 초과해 보유한 국내 상장사는 1114곳에 달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1114곳 중 상당수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1%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보유한 자회사는 3250곳이 되는데, 보수적으로 잡아도 다중대표소송 표적이 되는 자회사가 1000곳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다중대표소송 대상에는 자회사가 지분을 50% 초과해 보유한 손자회사도 포함된다. 지주회사로 국한해 살펴보면 상장 지주사 93곳에서 자회사·손자회사 630곳이 다중대표소송 대상에 들어간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자국 기업에 대해 주주대표소송은 물론 다중대표소송까지 무차별적으로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연금 수익률은 물론 기업 경쟁력 관점에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민들의 노후가 걸려 있는 기금을 수익률이 아닌 다른 목적과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국민연금이 소송에 착수한다는 소식만 전해져도 해당 기업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연금 수익률은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지난 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7개 경제단체는 "국민연금의 대표소송에 대한 법적 근거와 절차 및 결정 권한 등과 같은 중요사항들은 국민연금 내부 지침에 불과한 수탁자지침이 아닌 국민연금법 등 관련 법률로 직접 정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경제계는 특히 기금 운용의 제일 원칙인 수익률과 관련해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 수책위가 소송 결정권을 갖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기금 운용을 담당하는 기금운용본부가 소송 실익 등을 검토해 대표소송 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예외적인 사안이 있다면 기금운용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지는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이달 기금위 개최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기금위에 수탁자지침 개정안을 상정해 처리하려고 했지만 재계의 거센 반발에 한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음달인 2월 기금위에는 안건을 상정해 처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3월 주주총회 시즌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수 있지만 앞으로 수많은 기업이 국민연금발 주주대표소송과 다중대표소송 위협에 놓이게 될 전망이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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