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세웠더니 뒤통수"..재계 분통

한우람 2022. 1. 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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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상장사協 20일 긴급토론
학계 "국민연금 실익 없어"

◆ 국민연금發 소송대란 위기 ◆

"투명하고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위해 지주사 체제를 구축해놨더니 소송 위험만 커진 꼴입니다. 지주사 지분 1%만 있어도 자회사, 손자회사 이사진까지 소송을 걸 수 있다는데, 해당되는 주주가 누구인지 무슨 의도를 지녔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걱정은 되지만 막상 뾰족한 대책도 없습니다."

국민연금이 다중대표소송제를 활용해 기업 경영 견제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13일 국내 한 그룹의 지주사 관계자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20일 긴급 정책토론회를 열고 국민연금 지침 개정안의 문제점과 대안 등을 논의한다.

재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대표소송에서 이긴다고 한들 이사진 개인에게서 받아낼 손해배상액이 적고, 그 적은 금액마저 국민연금이 아닌 해당 기업에 귀속된다는 점에서 실익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이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는 대표소송제가 경제적 측면이 아니라 정치적 고려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의구심의 배경이기도 하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전화통화에서 "국민연금이 대표소송에 나서겠다는 것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을 손아귀에 넣고 감시하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며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기업 평판을 떨어트려 기업 주가가 빠질 경우 이는 국민연금에도 손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기업 이사진 중 회사에 일부러 손해를 끼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사가 경영을 게을리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굉장히 어렵고 소송비용은 국민이 낸 연금에서 나가는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경영진을 보호하기 위해 임원책임보험 가입에 나설 텐데, 보험회사 배만 불려주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경우 100% 자회사에나 다중대표소송이 가능한 반면 우리나라는 지분 50% 이상 자회사까지 대상범위를 넓힌 까닭에 기업의 소송 리스크가 더 크다는 점도 문제다.

또 재계에서는 국민연금 대표소송이 '대리인 이해상충' 문제를 내포한다고 비판한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수탁자책임위원회 같은 자문기관에 대표소송을 맡긴다는 것 자체가 국민연금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대표소송이 과연 연금 납부액을 부담하는 국민 의사를 반영해 이뤄진 것인가. 수탁자인 국민연금이 주인 행세를 하며 소송하겠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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