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대박' 이제훈처럼.. 나도 스타트업 투자해볼까

안상현 기자 2022. 1. 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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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비상장 기업 투자 어떻게
스타트업투자/일러스트=김영석

미국에는 테크-셀레스터(Tech-Celestor)라는 용어가 있다. 기술(Technology)과 유명인사(Celebrity), 투자자(Investor)의 합성어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연예인들이 늘면서 생겨난 말이다. 가령 할리우드 영화배우 애슈턴 커처는 우버,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같은 기업에 3000만달러(약 360억원)를 초기 투자해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최근 배우 이제훈이 마켓컬리에 수억원을 투자해 200배 이상 대박을 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그간 스타트업 같은 비상장 기업 투자는 기관이나 큰손, 전문 투자자만 할 수 있던 ‘그들만의 리그’로 여겨졌다. 공개되지 않은 기업이다 보니 정보와 주식에 접근성이 떨어지고, 개인이 투자하기에 기본 투자 단위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 채널이 늘고 진입 장벽이 점점 낮아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스타트업 투자도 빠르게 느는 추세다.

◇창업 초기, 개인투자조합·크라우드 펀딩

스타트업들이 상장(IPO) 전까지 자금을 조달하는 단계는 크게 3단계로 나눠진다. 창업 초창기인 시드(seed·초기 투자) 단계, 벤처캐피털 같은 기관투자자로부터 본격적인 투자를 받는 초기 단계(early Stage), 상장 직전인 후기 단계(later Stage)다. 단계별로 적합한 투자 채널도 다르다.

시드 단계는 스타트업이 소자본으로 막 사업에 뛰어든 단계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자금 부족 등으로 사업화에 실패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시기가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 때문에 시드 단계 초창기에는 자금도 주로 친구나 가족, 지인 등으로부터 조달한다. 스타트업 투자로 대박을 낸 연예인들이 투자하는 것도 대부분 이 단계다.

인맥이나 정보가 부족한 일반 투자자들이 이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싶다면 개인투자조합을 활용할 수 있다. 벤처기업 투자 전문 사모펀드인 개인투자조합은 누구나 각 지방 중소벤처기업청에 신청하면 만들 수 있다. 조합 인원수 49명 이하, 출자 총액이 1억원 이상 등 제한 조건이 있다. 개인투자조합은 팬데믹을 거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월 기준 운영 중인 개인투자조합은 총 2320개로 작년에만 900개 이상이 결성됐다. 출자 총액도 1조4444억원으로 불었다. 김시완 디캠프 투자팀장은 “옥석 가리기만 잘하면 시드 단계 투자 수익률이 가장 높다 보니 개인투자조합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 창구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다. 여러 사람에게서 십시일반 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은다. 와디즈, 크라우디, 오픈트레이드 같은 플랫폼들이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스타트업과 소액 투자를 바라는 개인 투자자를 모아 중개해준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투자 한도가 정해져 있어 1년간 한 기업에 최대 5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고, 연간 최대 금액은 1000만원으로 제한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6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도입된 후 현재까지 740개 기업이 1589억원을 조달했다.

◇틈새시장 연 구주 매매 플랫폼

시드 단계를 살아남아 어느 정도 기업의 틀을 갖췄다면 더 많은 자본을 유치해 본격적인 성장을 도모한다. 이때가 벤처캐피털이나 비전펀드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나서는 단계다. 시리즈 A·B·C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자금을 모집하는데, 이때마다 기업 가치를 평가해 투자액에 따른 지분율을 조정하게 된다. 어느 정도 성장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시기인 만큼 투자 단위가 못 해도 수십억 원이고, 100억원 이상 투자도 자주 이뤄진다. 벤처캐피털이 운영하는 창업투자조합에 개인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법이 있지만, 통상 1억원 이상의 기본 출자액을 요구한다. 큰손 아닌 개인 투자자들은 끼기 쉽지 않은 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틈새시장이 많이 생겨났다.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울거래 비상장, 엔젤리그 등 비상장 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모바일 플랫폼들이다. 스타트업 임직원들이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구주)이 주로 매물로 나온다. 가령 두나무삼성증권과 손잡고 출시한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는 6000개 이상 종목이 거래된다. 출시 2년 만에 가입 회원 수는 90만명, 누적 거래 건수는 22만건에 이른다. 2020년 말 출범한 서울거래 비상장은 ‘수수료 0%’를 내세워 월간 활성 이용자 수 30만명을 돌파했다. 박성호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부대표는 “이런 플랫폼이 생겼다는 건 매물(구주)을 공급할 만한 스타트업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걸 의미한다”며 “보통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 거액의 세금을 내는 경우가 많다 보니 팔려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했다.

◇상장 전 찾는 K-OTC

스타트업이 시드와 초기 단계를 거쳐 순탄하게 성장하면 이제 상장을 눈앞에 둔 후기 단계에 접어든다. 이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창구로는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제도권 장외 주식시장인 K-OTC가 있다. SK에코플랜트, 포스코건설, LS전선 등 시가총액이 조 단위인 기업도 거래되며, 증권사 거래 시스템을 통해 일반 주식처럼 손쉽게 거래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덕분에 지난해 역대 최대인 1조3982억원의 거래 대금(매도 체결액 기준)을 기록했다.

38커뮤니케이션 같은 사설 사이트도 장외 종목 거래에 활용된다. 거래 종목이 147개뿐인 K-OTC와 달리 매물 종류가 많다는 장점이 있지만, 매수자와 매도자가 서로를 찾아 물물교환 방식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사기 위험을 조심해야 한다.

후기 단계 투자는 주로 단기 투자자들에 의해 이뤄진다. 상장 직전에 주식을 샀다가 상장 후 주가가 뛰었을 때 팔면 단시간에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하지만 상장 직전 기업 주가는 이미 거품이 끼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경쟁률 높은 공모주와 달리 경쟁 없이 초기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발굴하면 고수익 실현이 가능하다는 점이 비상장 기업 투자의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공개된 기업 정보가 적은 만큼 일반 주식보다 실패 확률이 훨씬 높다. 투자 기업이 상장하지 않을 수도 있고, 상장하더라도 얼마나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에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단점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투자 후 5년 안에 상장하면 홈런”이라며 “자산의 10% 이내 여유 자금으로 투자하라”고 입을 모은다. 소수 연예인들의 대박의 이면엔,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투자 실패 사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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