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양 매각 좌초' 위기..이동걸 회장 깊어지는 고민
대우조선 매각 새로운 묘수 찾아야 하는 상황
조선업 아닌 다른 산업에서 원매자 찾아야
'알짜' LNG선 분리 합병 가능성도 낮아
이동걸, 기자간담회 준비..정부도 입장 준비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이동걸(사진) 산업은행 회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인수합병을 통해 대우조선 매각을 끝내려던 승부수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관측돼서다. ‘조선업 빅딜’을 마무리 짓는 데 필수적인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심사가 불승인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동걸 회장은 EU 경쟁당국의 두 조선소 합병에 대한 입장 발표가 나오는 대로 이른 시일 내 기자간담회를 열어 입장과 대안 등을 직접 설명할 계획이다.
만약 EU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 심사를 불허하면 조선사 빅딜은 수포로 돌아간다. 조선과 항공 등 다국적 기업은 M&A를 진행할 때 주요국 경쟁당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총 6개국 중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으로부터 무조건 승인을 받았지만, 기업결합 심사는 심사국 만장일치라 EU 승인도 필요하다. EU는 늦어도 20일이나 그 이전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두 조선사의 합병 불발에 무게가 실리면서 이동걸 회장은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3년여를 끌어온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민영화 작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해서다. 이동걸 회장은 2019년부터 대우조선 지분 55.7%를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해왔다. 산업은행은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부실화된 대우조선을 떠안아 20여년 넘게 관리해오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지분 55.7%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동걸 회장이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은 크게 2가지다. 현대중공업과 같은 다른 원매자를 찾거나 대우조선을 현재와 같이 계속 관리하는 방식이다. 바람직한 방향은 전자다. 대우조선을 계속해서 껴안고 있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산업적 전문성이 떨어지는 산업은행 관리하에서는 기업 경쟁력을 키우기 어려운 데다 정부 관리 체제에서는 방만 경영 등의 우려도 상존한다. 대우조선은 2016년 5조원대 대규모 분식회계가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동걸 회장이 노조의 반대 등을 무릅쓰고 조선업 빅딜을 통해 대우조선 정상화 등을 꾀하고자 한 배경이다.
문제는 현대중공업 이외의 원매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국내조선사 ‘빅3’ 중 삼성중공업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독과점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 세계 선사가 발주한 대형 LNG 운반선 75척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30척, 삼성중공업이 22척, 대우조선이 15척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을 합친 물량이 45척(60%)에 달하는데,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을 합친 물량도 35척(47%)에 이른다.
이 때문에 조선업이 아닌 다른 산업군에서 원매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 대우조선 매각 시도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한화와 포스코 등이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한화는 특히 2008년 대우조선 매각 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결실을 맺지 못한 적이 있어 유력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다만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이 3분기 기준 297.3%에 달하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돼 있어 또 다른 인수자가 실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대우조선에서 LNG선 사업을 분리한 뒤 나머지만 현대중공업과 결합하는 방식을 제기한다. 독과점 이슈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LNG선이 고부가가치 업종인데다 성장가능성이 큰 ‘알짜 사업’으로 대우조선이나 현대중공업 모두 포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동걸 회장은 이르면 EU 경쟁당국이 두 조선사의 합병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대로 관련 입장과 대안 등을 언급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플랜 B, C, D를 모두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묘수를 갖고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을 포함한 정부 역시 ‘EU 발표’에 맞춰 관련 입장 등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관련 부처와 협의해 정부 전체의 입장을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희준 (gurazi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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