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내리면, 미국서도 '너구리' 몸값 급등..열흘간 40% 올랐다는데

김인오 2022. 1. 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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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로 난방수요 치솟자
천연가스값 하루새 14% 급등
너구리 별칭붙은 ETN NRGU
올들어 뉴욕증시서 40% 올라
전세계 경기 회복전망에
'탈탄소'로 유럽 화력발전 줄어
화석연료 가격 계속 오를 듯

◆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연초부터 미국 내 강력한 한파가 예고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앞서 지난해 4분기부터 유럽 난방용 연료 공급 위기로 인해 가파르게 올랐는데 미국 수요가 겹치면서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투자자들은 정유주와 원유·천연가스 시세 상승을 예상하며 관련 상품 매수에 나서는 모양새다.

우선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 선물시장에서는 천연가스 2월물이 하루 새 14% 급등했다. 미국 강추위가 오랜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예고 때문이다. 이날 천연가스 선물 2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14.30% 뛰어 4.85달러에 마감했다. 100만BTU(열량 단위)를 기준으로 한 가격이다. 시세는 지난해 11월 26일(5.44달러) 이후 최고 수준이다.

같은 날 뉴욕증시에서는 천연가스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프로셰어스 울트라 블룸버그 내추럴가스 ETF'(종목코드 BOIL) 시세가 하루 만에 18.10% 뛰어 37.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해당 ETF 시세는 올해 들어 34.23%, 최근 1년간은 54.35% 올랐다. 다만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해 4분기(10~12월)에만 시세가 약 36% 떨어졌다. 이는 예상보다 겨울이 따뜻할 것이라는 예측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리스크 때문에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최근 부각된 '미국 한파 대란'이다. 올해 초부터 미국 동부지역에서는 폭설이 쏟아지고 고속도로가 마비되는 등 혼란이 불거졌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미국 기상예측센터가 북부·서부 지역에 폭설이 내리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강풍이 불 것으로 예보했다. 존 킬더프 어게인캐피털 연구원은 "미국 동부지역에서 난방 수요가 이달 말까지 급증할 것"이라면서 "연료 공급 부족과 영하 날씨 지속에 따른 수요 증가가 천연가스 시세를 끌어올린다"고 분석했다.

둘째는 지난해 가을부터 주목받은 '유럽 난방 위기'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천연가스 선물은 12일 기준 메가와트시(MWh)당 73.40유로에 마감했다. 해당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 한 해 동안 약 268% 폭등했고 올해 들어서는 4.34% 추가로 오른 상태다. 이는 유럽 주요국이 '탈(脫)탄소 시대'를 강조하며 기존 화력발전소 발전 용량을 줄인 가운데 주요 천연가스 수출국인 러시아와의 갈등이 겹치면서 러시아발 천연가스 공급 불확실성이 커진 결과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21일 러시아가 '야말·유럽 가스관'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셋째는 시세 상승세에 뛰어든 투기 수요 영향이다. 미국 원자재 시장에서는 천연가스 선물이 하루 새 14% 넘게 오른 것이 이른바 '숏커버링'이 작용한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프 킬버그 생크추어리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선물 가격 급등의 일부는 숏커버링 영향도 있다"고 언급했다. 숏커버링이란 특정 상품 시세 하락에 베팅해온 투자자들이 예상과 달리 시세가 올랐을 때 발생할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해당 상품을 매수하는 것을 말하는데 숏커버링이 몰리면 해당 상품 가격이 과도하게 뛰는 경향이 있다.

한편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유가 상승세도 눈에 띈다. 유가 강세에 힘입어 정유주 주가도 오름세다.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WTI 2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1.80% 올라 배럴당 82.64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지난해 11월 9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가는 올해 들어 9.88% 올랐다. 올해 미국 내 원유 수요 증가 전망과 더불어 원유 재고가 7주 연속 감소하자 투기 수요가 몰린 결과다. 앞서 11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미국 원유 수요가 하루 평균 84만배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이전에 냈던 전망치(70만배럴 증가)보다 더 많은 수준이다. 로비 프레이저 슈나이더일렉트릭 글로벌 리서치앤드애널리틱스 매니저는 "그간 리비아와 카자흐스탄에서 원유 생산이 예기치 못하게 중단된 바 있지만 수요가 핵심"이라면서 "최근 유가 강세는 경제 펀더멘털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세 전망과 연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새해 뉴욕증시에서도 천연가스와 원유 관련 ETF와 상장지수증권(ETN) 시세가 뛰고 있다. 천연가스 ETF인 '프로셰어스 울트라 블룸버그 내추럴가스 ETF'(BOIL)는 12일 하루 새 18.10% 뛰었고 올해 첫 거래일인 3일 이후 34.23% 올라섰다. 앞서 지난 한 해 23.83% 오른 바 있다.

원유와 정유주 투자 상품 가격도 오름세다. WTI 시세를 따르는 '유나이티드 스테이트 오일 펀드 ETF'(USO)는 이달 3~12일 연중 7.44%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대형 정유업체에 투자하는 '마이크로섹터 US 빅오일 3X 레버리지 ETN'(NRGU)도 39.56% 뛴 상태다. NRGU는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너구리'라는 애칭이 붙은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다. 시세 변동폭이 크다. 다만 해당 종목 상승세는 같은 기간 뉴욕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지수가 인플레이션 압박 속에서 1.46% 떨어진 점과 대비된다.

한국 증시에서도 흐름이 비슷하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신한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이 전날보다 17.92% 급등해 거래를 마쳤다. 이 밖에 'TRUE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과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도 각각 21.16%, 18.36% 올라섰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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